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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조선 동아가 ‘문재인 발언’을 활용하는 법

[핫이슈] ‘야권연대’ 파기에 문재인 활용 논란

오늘 아침신문 가운데 관심 있게 봐야할 기사가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당선자(노무현재단 이사장) 발언에 대한 각 신문들의 보도태도다. 가장 상식적인 보도는 한겨레 기사다. 한겨레는 5면 <문재인 “패배주의 털고 희망 키워나가야”>에서 19일 민주통합당 당선자 대회에서 문재인 당선자의 발언내용을 소개했다. 한겨레가 전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겨레, 문재인 “자성 필요․패배주의 옳지 않다”

“이번 총선 결과가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아쉽고 송구하다. 저희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성하면서 국민께 더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당이 지나치게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옳지 않다. 빨리 털고 벗어나서 희망을 키워나가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전체적인 맥락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총선 결과가) 국민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 자성해야 한다. 하지만 패배주의에 빠지는 건 옳지 않다. 국민에게 더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당선자의 이 발언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지면에선 ‘민주통합당 중도노선 강화’로 활용된다. 조선일보는 4면 <중도 회귀론 쏟아진 민주당… 문재인도 “중도 강화, 일리 있다”>에서 민주통합당 당선자 대회에서 “야권 연대로 잃은 표 더 많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전한 문재인 당선자의 발언은 이렇다.

“‘당이 중도 성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당 일각의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당이 좀 더 폭넓게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들, 기존의 보수나 진보 구도를 뛰어넘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성하면서 국민께 더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선 동아 ‘야권연대 파기’ 의도에 문재인 발언 활용 논란

조선일보의 속내는 사설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조선은 사설 <민주, 좌편향 진보당과 연대에 得만 있을까>에서 “이번 총선에서 연대한 민주당과 진보당은 후보 단일화를 하면 두 당의 지지자를 그대로 더하는 효과가 나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두 당 의석 140석은 새누리당의 152석에 크게 뒤졌다”면서 “좌편향의 민주·진보 연대는 겉으론 야권 지지를 키우는 듯하지만 안으로는 야권 지지를 갉아먹는 양면적 상쇄 작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당선자의 발언을 ‘민주통합당 중도노선 강화’로 살짝 틀은 다음 사설에선 ‘야권연대 파기’ 주장을 하고 나선 것. 당 지도부 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는 민주통합당 내부의 ‘노선투쟁’을 가속화시키려는 조선일보의 의도가 엿보인다.  

동아일보도 조선일보만큼의 비중은 아니지만 비슷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동아는 5면 <문재인 “黨 중도성향 강화 목소리 일리 있다”>에서 “‘당이 중도 성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문재인 당선자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당이 좀 더 폭넓게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들, 보수나 진보 구도를 뛰어넘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부분만 부각시켰다.

동아일보는 ‘민주 당선자대회 좌클릭 자성’이라는 소제목까지 달면서 주로 ‘좌클릭’에 비판적인 의원들의 발언 위주로 기사를 구성했다. 상황을 공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보다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아니 정확히 말해 자신들이 목표한 바를 기사를 통해 드러내는 ‘단순무지’가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