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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한국을 대표하는 군사전문기자의 ‘직무유기’

[핫이슈]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은 ‘최선’이었나

한국을 대표하는 군사전문기자는 누구일까. 많은 이들이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를 거론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유용원 기자의 블로그 <유용원의 군사세계>를 한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은 ‘그’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그만큼 ‘군’에 관한 정보를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기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니 최고의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용원 기자 외에 중앙일보 김민석 군사전문기자도 있다. 하지만 김민석 기자는 이제 현직이 아니다. 국방부 대변인으로 자리를 이동했기 때문이다. 현직 기자가 바로 국방부로 가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난 그렇게만 바라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이 국방부 대변인으로 기용되면서 ‘구태의연한’ 군 홍보에도 일정한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 같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현직 군사전문기자와 전직 군사전문기자에 대한 실망감

하지만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을 전후해서 이들 전·현직 기자들이 보여준 행보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현직’ 군사전문기자는 정부와 군 당국의 ‘홍보’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보도, 이를테면 이번 작전의 완벽함을 부각시키는 기사를 주로 작성했다. ‘전직’ 군사전문기자가 대변인으로 있는 국방부는 ‘엠바고 파기’에 따른 언론자유 침해 논란에 휩싸이더니, 지난해에 찍은 ‘청해부대 특수전여단 요원 사진’을 구출작전 직후에 찍은 사진으로 착각(?)해서 언론사에 배포하는 어이없는 실수도 저질렀다.


우선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를 한번 보자. ‘그’는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 이후 이번 작전이 과연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기사를 지금까지 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 기자는 ‘아덴만 여명 작전’이 완벽할 수밖에 없었던 비결(조선일보 1월24일자 3면)에 무게중심을 두는 기사를 썼다. 

이번 구출작전 성공이 가진 의미와 특수성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군사전문기자라면 이번 작전의 장단점과 정부의 대응이 최선이었는지를 냉정히 분석하고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정부의 ‘오버 액션’과 ‘과잉 홍보’를 지적하는 보도까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군사전문기자가 이번 작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기사를 쓰지 않고 있는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조선일보 김창균 정치부장 칼럼이 아닌 유용원 기자칼럼이 나왔어야

유용원 기자의 날카로운 지적을 기대하고 있던 나의 바람을 충족시켜 준 건, 오히려 김창균 조선일보 정치부장이었다. 김창균 정치부장은 26일자 <김창균 칼럼 - 결과는 ‘완전 작전’이었지만 …>에서 “전력에서, 작전에서, 장비에서, 준비에서 우리 군은 해적을 압도했다. 그러나 인질 구출이라는 또 다른 측면에선 선뜻 자신 있는 답이 안 나온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좀 길게 인용한다.

“선원들은 ‘구출작전이 시작되자 해적들은 선원들이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을 하나하나 들춰내 선장을 찾아낸 뒤 조준 사격을 했다’고 증언했다. 만일 해적이 전체 선원들을 향해 난사(亂射)를 했다면 훨씬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 ‘아덴만의 여명’은 우리 군의 ‘치밀한 계획과 준비’, 그리고 인질을 보복 살해할 정도로 해적이 잔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정(假定)’에 바탕을 뒀다. 이 가정까지 맞아떨어졌기에 ‘완전작전’이란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아덴만의 여명은 너무나 완벽한 결과가 나왔기에 당연히 묻고 답해야 문제들이 생략된 채 페이지가 넘어가려 하고 있다 … 월드컵 4강 신화가 재연되지 않듯, 완전작전도 늘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월드컵 패배는 실망을 주지만, 완전작전의 실패는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번 작전에 대한 이런 우려와 비판은 조선일보 김창균 정치부장 칼럼이 아닌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칼럼을 통해 나왔어야 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렇게 비판을 하고 있지만, 난 아직도 유용원 기자가 쓴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은 ‘최선’이었나>라는 기사나 칼럼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가진 전문성과 ‘합리적 시각’을 믿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전직 군사전문기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행보

전직 군사전문기자인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행보는 안타깝다. 삼호 주얼리호 1차 구출작전 실패와 관련한 엠바고 파기논란도 그렇고 이명박 대통령과 국방부 기자단 사이에 구출작전 성공 ‘1보’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진 것도 ‘그’가 대변인으로 있는 동안 발생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엠바고 파기 논란에 따른 정부와 군의 대응이 언론자유 침해소지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일단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논외로 하자. 내가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건, 기자 출신인 ‘그’가 국방부 대변인으로 이동하면서 걸었던 기대감 같은 게 상당부분 무너졌다는 점이다. 물론 국방부와 청와대와의 관계나 국방부 조직 내부의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그’가 가진 입지가 그리 크지 않았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전문기자’ 출신이 국방부 대변인으로 기용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국방부가 될 거라는 최소한의 ‘기대’를 가졌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이 문제는 ‘개인차원’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구태의연한’ 군 홍보에도 일정한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 같은 것도  ‘청해부대 특수전여단 요원 사진’ 논란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빛이 바랬다.


그래서 김민석 대변인의 행보는 안타깝다. 그렇다면 ‘그’는 왜 국방부 대변인으로 간 것일까라는, 다소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한국을 대표하는 현직 군사전문기자의 ‘직무유기’와 전직 군사전문기자의 ‘행보’는 내게 실망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