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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최시중 사퇴 ‘시사저널’ 압박 때문이었나

[이슈분석] 사퇴했어도 의혹은 끝까지 파헤쳐야 

오늘 아침신문 키워드는 ‘최시중’입니다. ‘최시중’이라는 이름이 있는 신문과 없는 신문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사퇴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08년 추석 직전, 일부 친이계 의원들에게 수천만 원을 뿌렸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30일 발행된 <시사저널>이 보도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친이계 한 의원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했는데요, 이 의원은 당시 최 위원장과 그의 측근 정용욱 전 보좌역이 적어도 세 명의 친이계 국회의원에게 천만 원이 넘는 돈을 건넸지만 모두 돌려줬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당시 최 위원장 쪽에서 이들 세 의원에게 건넨 현금이 총 3500만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시사저널> 보도에 관심이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그의 최측근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과 관련해선 이미 제기된 ‘돈 봉투’ 의혹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 미디어법 통과 직후 정 전 보좌역이 국회 한나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500만 원을 돌렸다는 것인데, 이것과는 또 다른 ‘돈 봉투’ 의혹이 제기된 셈입니다. 최시중은 사퇴했지만 파문은 계속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주목해서 봐야할 것은 두 가지 - ‘왜 돈을 뿌렸는가’와 ‘돈의 출처’는 어디인가입니다.  <시사저널>은 ‘돈을 뿌린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직접 한번 판단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2008년 7~9월은 집권 초 불어닥친 촛불 집회에서 궁지에 몰린 여권이 장관 후보자가 여럿 낙마하는 등 인사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소장파와 원로 세력 간에 한판 내홍을 겪은 뒤였다. 정두언 의원으로 상징되는 소장파는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인사 난맥상을 불러온 당사자로 보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결국 그해 6월 박 비서관은 눈물을 흘리며 청와대를 떠났다.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여권 원로 세력은 이후 소장파를 달래고 여권 단합에 나서면서 친야 성향의 시민단체 등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한다. ‘최시중 돈 봉투’는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돈의 출처’와 관련해선 명확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대선잔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듯 보입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게 있습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급작스럽게’ 사퇴한 배경입니다. 그동안 언론시민단체들의 줄기찬 사퇴요구에도 끄떡하지 않던 최시중 전 위원장이 왜 갑자기 사퇴했을까 – 사퇴 당시에는 풀리지 않던 의혹이 <시사저널> 보도를 보면서 일정 부분 풀리는 것 같습니다. 최 위원장 사퇴 배경에 <시사저널>의 취재가 일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시사저널> 측도 이런 쪽에 비중을 싣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최 위원장이 사퇴한 지난 1월27일 오전 10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최 위원장 쪽에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한 상태”였지만 “최 위원장은 이날 답변하는 대신 사퇴했다”고 밝혔습니다. 판단은 읽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오늘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제외하곤 조간들에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한겨레가 관련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고, 조선일보는 6면에서 3단 기사로 전하고 있지만 나머지 신문들은 일제히 ‘침묵’입니다. ‘최시중 사퇴’로 모든 게 마무리 됐다고 판단한 걸까요. 최시중은 사퇴했어도 파헤쳐야 할 의혹은 많습니다. 언론의 침묵은 그래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