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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박근혜 후보 봉하방문, 조간들의 평가를 보니 …

■ 경향 한겨레,‘반쪽 역사인식’ ‘진정성 논란’ 비판
■ 동아일보 정연욱 논설위원, ‘민주당 대선후보 박정희 참배할까’ 지적
■ 대다수 신문, ‘박근혜 파격행보’에 초점 맞춰 보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후보로서의 첫날인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박 후보 봉하방문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역시 다양합니다. 박근혜 후보의 방문을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대선행보’로 해석하는 건 대부분 비슷합니다만, 그것의 진정성을 두고는 평가가 조금씩 엇갈립니다. 오늘 뉴스브리핑은 조간들의 ‘박근혜 후보 봉하방문’ 평가에 관한 기록입니다.

가장 비판적인 한겨레, 사설 게재한 경향신문

우선 박근혜 후보 봉하방문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신문은 한겨레입니다. 한겨레는 22일자 1면 <오전엔 아버지, 오후엔 노무현 … 박근혜 ‘참배정치’>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행보를 파격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파격 행보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후보가 △5·16 군사쿠데타 등 어두운 과거사를 미화하는 역사인식을 여전히 보이고 있는 데다 △유력 정당의 대선후보로서 과거와 아버지 문제를 객관화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한겨레는 “지도자로서 과거 독재정권 평가는 무시한 채, 현재의 보수·진보를 아우르겠다고 나서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덮자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주장하는 논지와 비슷하게 들리기도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마디로 선거 전략을 위한 한시적 제스처 아니냐는 것이죠. 실제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 소식이 전해진 이후 트위터 등 SNS에선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급등했습니다. 한겨레 장봉군 화백도 오늘자(22일) ‘한겨레 그림판’에서 박 후보의 행보를 ‘불가피한 참배’로 규정했는데, 한겨레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을 진정성 있는 행보로 보기 보단 ‘정치적 제스처’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자(22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사설을 게재한 경향신문 또한 한겨레의 평가와 비슷한 논조를 보입니다. 경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한 박근혜 후보>라는 사설에서 “평소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에 대한 박 후보의 반감을 감안한다면 가히 파격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문제는 국민대통합 메시지가 여전히 구호에 머무는 인상이 짙다”고 비판했습니다.

경향은 “(박 후보가)‘과거만 보지 말고 미래를 이야기 하자’는 식이 아니라 국가 최고지도자 후보에게 요구되는 과거와 역사에 대한 박 후보의 인식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최근 5·16 논전을 비롯해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이나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등 미래로 가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한 박 후보의 보다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장 호의적으로 평가한 동아일보 … 정연욱 논설위원의 ‘속내’

박근혜 후보의 봉하방문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는 신문도 많습니다.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박근혜 후보의 봉하방문을 스트레이트 위주로 보도하면서 박 후보의 ‘파격행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신문들이 박근혜 후보의‘봉하방문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보다 파격성을 주목했다는 건 이번 박 후보의 봉하방문을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호의적으로 평가한 곳은 동아일보입니다. 동아는 4면 <朴, DJ-盧 前대통령 묘역 첫 참배… 본선 첫 행보는 ‘화해’>에서 “봉하마을 방문은 캠프 참모들이 보고한 일정 중에 포함돼 있었지만 첫 행보로 결정한 것은 박 후보 자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박 후보의 첫날 일정은 온통 이념을 떠난 국민대통합과 ‘100% 대한민국 실현’에 맞춰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진정성 논란은 뒤로 한 채 박근혜 후보의 결단과 화해‧통합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 것이지요.

사실 동아일보의 속내는 기사보다는 정연욱 논설위원의 칼럼에서 도드라집니다. <횡설수설-봉하마을에 간 박근혜>에서 정연욱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와의 악연을 소개한 다음 “살아 있을 때 둘 사이의 앙금과 관계없이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이유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도 박정희 묘역을 찾을지 궁금하다.”

박근혜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을 ‘민주당 대선 후보 박정희 묘역 방문 여부’로 둔갑시키는 그 노회한 정치적 감각에 순간 감탄하면서도 진정 동아일보의 속내는 여기에 있었던 게 아닐까 -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가장 ‘직설적인’ 조선일보의 박근혜 봉하방문 평가

 

사실 오늘(22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봉하방문을 가장 직설적으로 평가한 신문은 조선일보입니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다른 대다수 신문들처럼 파격행보나 화해라는 단어 대신 조선일보는 <‘50% 非朴’을 향한 헌화>(1면 기사제목)라는 다소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한겨레가 저널리즘적인 방식으로 박근혜 후보의 진정성 논란을 비판했다면, 조선일보는 철저히 보수진영의 대선전략 차원에서 박 후보의 봉하방문을 바라봤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조선일보 기사는 박근혜 후보 대선 전략문건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입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박 후보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50% 진영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 박 후보는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수도권, 연령별로는 2040 세대, 이념적으로는 중도·좌파 진영에서 취약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박근혜 후보 불가론’을 상당히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 대다수 박근혜 캠프 관계자들은 ‘중도층과 무당파, 20~40대를 겨냥해 새로운 얼굴들이 캠프 전면에 배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 후보는 앞으로 3단계로 인적(人的) 외연 확대를 단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의 봉하방문을 진정성 측면에서 비판하든 조선일보처럼 ‘보수진영 집권을 위한 대선전략 차원’에서 해석하든 그건 언론사들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늘자(22일) 조선일보 3면에 실린 사진과 그것을 해설하는 제목은 정도가 좀 지나친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를 ‘동급’으로 평가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3면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옛 사진과 박근혜 후보 헌화 사진을 동시에 등장시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박정희 생가서 “이젠 화해합시다” … 그후 15년 ‘김대중 묘소’간 박근혜 “대통합 이루겠습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5·16 군사쿠데타를 비롯해 정수장학회 문제,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등 과거사를 미화하는 역사인식을 여전히 보이고 있는 박근혜 후보와 유신정권 하에서 온갖 핍박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한 ‘화해’가 어떻게 ‘동급’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저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첫날 행보를 그렇게까지 평가하고 싶은 조선일보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입니다. 과유불급 - 조선일보 3면 사진과 제목을 보며 조선일보에게 들려주고픈 사자성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