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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분당 우파’ 결집을 위한 중앙일보의 몸부림

[핫이슈] 중앙일보가 ‘농협 해킹 북한 가능성’을 1면에 올린 이유

오늘(26일) 중앙일보가 1면에서 ‘농협 해킹의 북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런데 기사가 참 묘하다. 익명의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중앙의 기사는 구체성이 결여된 막연한 추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앙이 제시한 북한 해킹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북한이 해킹용 IP를 통해 수시로 국내 주요 전산망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해커가 데이터를 빼가기 위한 복사 명령을 내리지 않는 등 어떤 이득을 취하려 하지 않았고, 기술적인 해킹만 시도한 점을 봤을 때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불충분한 ‘북한 해킹 가능성’을 재보선 하루 전에 1면에 올린 까닭은

물론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농협 전산망 마비가 북한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구체적 근거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의 발언은 모호한 추정 외에는 뾰족한 게 없다. 중앙일보에 소개된 정부 당국자의 발언만으로는 북한의 소행 가능성에 방점을 찍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 대목에서 질문의 포인트를 바꿔야 한다. ‘농협 해킹의 북한 가능성’이 아니라 ‘농협 해킹의 북한 가능성 기사’를 1면에 올린 중앙일보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걸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1면 머리기사로 올릴 만한 ‘거리’도 안 되고 근거도 미약한 막연한 추정기사를 비중 있게 처리한 중앙일보의 의도가 무언지를 짚어야 한다는 얘기다.

일단 시점의 미묘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4·27 재보선을 하루 앞둔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사의 타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민적 분노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를 북한의 해킹과 연결시켰다. 근거는 미약하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 짚이는 게 있지 않는가. 단정할 순 없지만 중앙일보의 오늘(26일) 1면 기사는 보수층 결집을 의도한 기사일 가능성이 높다.

‘분당 우파’를 결집시키기 위한 중앙의 책략?

4·27 재보선을 하루 앞둔 시점에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라면 어디를 겨냥한 것일까. 강원도와 경남 김해을보다는 성남 분당 지역을 타깃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일보가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비해 성남 분당을에 높은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중앙일보는 ‘흔들리는 분당 우파’를 계속해서 주목해 왔다.

중앙일보가 ‘분당 우파’를 본격적으로 주목한 건 지난 4월6일부터다. 중앙은 이날 <흔들리는 ‘분당 우파’>라는 기사를 1면으로 보도했는데 기사의 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나 여당일 때나 10년 가까이 압도적 지지를 보인 경기 분당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박빙으로 나타났다는 것. “학력과 소득이 비교적 높고 서울 ‘강남’보다 더 ‘친한나라당’적인” 성남 분당을 지역에 변화 조짐이 불고 있다는 걸 보여준 기사이면서 동시에 4·27 재보선의 본격 서막을 예고하는 기사이기도 했다.

이후 중앙일보의 ‘성남 분당 사랑’은 이어진다. 지난 15일 신용호 기자는 ‘노트북을 열며’라는 칼럼(34면)에서 “한나라당이 분당을 민주당에 내주면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기자는 “지지기반 중에서도 근간이 날아가 버리는 꼴”이라면서 “그 여파는 내년 총선까지 이어져 서울 동남벨트(서초구에서 시작해 강남구·송파구·분당으로 이어지는 한나라당 강세 지역)의 수성도 장담 못한다”고 지적했다. 신용호 기자의 이 칼럼 제목은 <분당우파에 달렸다>였다.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며 위기의식 불어넣는 한나라당의 전략과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지난 20일에도 <초박빙 강재섭·손학규 “분당우파 잡아라”>는 기사를 거의 한 면(12면)에 걸쳐 실었다. 분당 우파를 잡기 위한 강재섭·손학규 후보 측의 선거운동을 소개하고 있는 이 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기사 말미에 있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었다.

“‘분당 우파’를 상대로 보수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있는 한나라당의 전략이 위력을 발휘할 경우 선거 분위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까 “‘분당 우파’를 상대로 보수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게 한나라당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묘하게 오늘(26일) 중앙일보가 1면에서 보도한 ‘농협 해킹의 북한 가능성’ 기사가 오버랩 된다. 근거는 미약하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농협 해킹 북한 가능성’ 기사와 ‘분당 우파’를 상대로 보수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한나라당의 전략이 정말 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추정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 추정에 불과한 것일까.

<사진(위)=중앙일보 2011년 4월26일자 1면>
<사진(중간)=중앙일보 2011년 4월6일자 1면>
<사진(아래)=중앙일보 2011년 4월20일자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