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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MB가 오바마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려면 …

[숫자로 본 한 주간] SOFA 개정과 주한미군 범죄 사과를 요구했어야

이번 한 주는 ‘12’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최근 10대 성폭행 등 주한미군 범죄가 잇따르고 있죠. 관련해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 또한 잇따르고 있습니다. SOFA 22조 5항을 보면 살인, 강간, 방화, 마약거래 등 12개 주요 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를 검찰 기소 이후에야 한국 측이 미군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불합리하죠. 오늘은 SOFA와 주한미군 범죄의 관계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MB 방미 중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언급 한 마디로 없어

살인과 강간과 같은 흉악범도 현장체포 때만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주한미군이 중대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우리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도 드뭅니다. 실제 한국이 미군 범죄자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한 경우는 전체 주한미군 범죄의 5% 수준에 불과합니다. 만약 피의자가 미국으로 도주할 경우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SOFA의 불합리한 규정과 주한미군 범죄의 증가가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한미군 범죄는 최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6년까지 미군 범죄가 감소 추세를 보였거든요. 그런데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183건이었던 주한 미군 범죄는 2009년 306건, 2010년 377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성폭행의 경우 2008·2009년 각각 5건이었는데요 지난해에는 24건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주한미군 병력 감축에 따라 미군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미군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민단체들은 SOFA를 개정하지 않으면 이런 추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일각에서 주한미군의 야간 통행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7월 주한미군의 야간 통행금지가 전면 해제가 되면서 범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통행 자체를 제한하면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야간 통행금지 해제가 범죄 증가의 한 이유가 된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법’은 일시적인 범죄증가는 막을 수 있겠지만 한계가 분명합니다. 야간통행을 금지시키더라도 SOFA의 독소조항이 있는 한, 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처벌이 있어야 범죄의 근절도 막을 수가 있는데, 이 간단한 사실을 우리 정부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주한미군 범죄자들만 한국에서 특혜를 받는다면 …

다른 외국 사례와 비교해 봐도 한국이 미군 피의자에게 특혜를 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1995년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3명이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오키나와 주민들이 기지 철거를 요구하고 일본 각지에서도 반미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미군 피의자를 기소 전에 일본 경찰에 넘긴다는 내용의 미·일 합의가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동두천과 서울에서 10대 여학생이 잇달아 미군에 성폭행을 당했죠. 그런데 우리 정부는 피의자 신병 확보도 못했고, 미국 정부의 공식사과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건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안이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SOFA 개정을 해야 한다는 건데,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 때문이 아니라 한국 정부 때문에 개정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성폭행 사건이 발행한 직후 반미확산을 우려한 미국이 유감을 표명하고 주한미군사령부가 한시적인 야간통행금지를 지시했습니다만, 이걸 제대로 된 처벌이나 조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된 처벌이나 조치를 바란다면 미국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부는 대단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 하나만 들까요. SOFA 개정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이번 이명박 대통령 방미 때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유감까지 표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SOFA 개정을 언급했다면  유리한 여론을 충분히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한미FTA ‘이벤트’에만 취한 MB와 한국 정부 관료들

MB 방미 때 한미FTA 문제만 요란하게 부각이 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국빈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이 강조가 됐죠. 저는 미국으로부터 그런 식의 ‘대접’을 받는 것과 존중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FTA문제 때문에 요란하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대표단을 ‘대접’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그건 그만큼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MB가 오바마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려 했다면, 최근 발생한 주한미군 10대 여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사과와 미군 피의자를 기소 전에 한국 경찰에 넘긴다는 정도의 합의안이 나왔어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SOFA는 지금까지 두 차례 개정이 됐는데요, 이른바 독소조항은 계속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지를 보여도 개정이 쉽지 않은 판에 우리 정부는 의지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저는 걱정이 됩니다. 주한미군들 사이에서 ‘현장에서만 잡히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이 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 범죄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그걸 요구조차 못하는 우리 정부가 답답할 뿐입니다.

<사진(위)=한겨레 2011년 9월30일자 3면>
<사진(중간)=세계일보 2011년 10월14일자 1면>
<사진(아래)=한국일보 2011년 10월15일자 1면>

※ 이 글은 2011년 10월15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