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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내년 총선과 대선, ‘40대의 선택’이 승패 가른다

[숫자로 본 한 주간] 40대 표심변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번 한 주는 ‘66.8’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이번 주 ‘핫이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아니겠습니까.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습니다. 투표 결과를 놓고 언론과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요, 저는 ‘40대의 선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투표 직후 발표한 방송사 출구조사를 보면 박원순 후보(현재 시장)에 대한 40대 지지율이 66.8%, 나경원 후보는 32.9%로 나왔습니다. 2배가 넘는 격차인데요, 오늘은 40대의 박원순 지지율인 66.8%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40대가 박원순 후보를 적극 지지한 까닭은?

모두 아시는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현 시장)에 대한 지지율이 20∼40대에서 높았습니다. 방송사 출구조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대에서 박원순 후보가 69.3%,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30.1%를 기록했습니다. 30대에서도 박 후보가 75.8%, 나 후보가 23.8%였습니다. 30대는 3배가 넘는 격차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20·30대의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지나 50·60대의 나경원 후보에 대한 지지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던 대목입니다. 하지만 40대가 ‘압도적으로’ 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뜻밖으로 풀이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40대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특별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경제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소득불균형에 따른 사회양극화 현상이 MB정부 이후 계속 심화돼 왔고, 이는 중산층 붕괴와 빈곤층 증가 현상을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여기에다 집값상승, 자녀교육비 증가, 고용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사회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40대의 불만이 극대화 됐다는 얘기입니다. ‘청년실업과 등록금, 비정규직 문제’ 등을 매개로 20∼30대가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면 40대는 ‘소득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박원순에 대한 지지’로 연결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40대 표심 변화’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주목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40대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보수적 투표 행태’를 보였습니다.

보수적인 40대가 ‘보수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

2007년 대선 직전 갤럽이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를 보면, 40대의 63.5%가 보수 성향 지지를 보였습니다. ‘그랬던’ 40대가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에선 66.8%가 ‘반한나라당 성향’ 투표 행태를 보였거든요. 40대 표심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왜 이렇게 상반된 투표 행태를 보였느냐 하는 점입니다. 저는 지난 27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선일보는 4년 전에는 ‘경제’ 때문에 보수 후보를 지지한 40대가 바로 그 ‘경제’ 때문에 이번에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007년 대선 때는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로 보수 후보를 지지했었는데, MB정부가 성장은커녕 오히려 소득불균형과 양극화만 초래하는 걸 보면서 ‘반한나라’로 돌아섰다는 거죠. ‘경제’로 정권을 잡은 MB정부가 ‘경제’로 다시 위기에 빠지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겁니다.

사실 지난해 6·2 지방선거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선거의 특징은 ‘세대간 지지율 격차’가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30대는 야권 투표성향을 보인 반면 50·60대는 여권 지지성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에 비해 40대는 투표성향이 그렇게 뚜렷하진 않았습니다. 부동층·무당파층으로 분류되곤 했었는데 이번 서울 시장 재보선에서 확실히 야권 투표성향으로 돌아섰습니다. 정부여당이 40대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 모두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뚜렷해진 ‘세대간 투표 경향’ … 40대 표심을 잡지 못하면 실패한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앞으로 세대별 투표율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 이번에 강남3구 투표율이 높았는데도 박원순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긴 이유가 뭘까요. ‘세대간 투표율’이 지역별(강남·강북) 투표율을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후보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시 21개 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앞섰습니다. 강남권에서도 박원순 후보는 45% 이상 득표를 했거든요. 전통적인 여당 텃밭에서도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과시했습니다.

저는 이 같은 결과가 20·30대의 적극투표 행태와 40대의 ‘반한나라 성향’이 결합되면서 나타났다고 봅니다. 이 말은 내년 총선·대선에서도 세대별 투표율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건데요. 결국 정부여당 입장에선 ‘돌아선 40대’ 표심을 어떻게 되돌리느냐 관건인 셈입니다.

<사진(위)=한겨레 2011년 10월27일자 1면>
<사진(두번째)=세계일보 2011년 10월28일자 1면>
<사진(세번째)=조선일보 2011년 10월27일자 2면>
<사진(마지막)=동아일보 2011년 10월29일자 4면>

※ 이 글은 2011년 10월29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