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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이국철 로비의혹’의 핵심은 정권실세 개입 여부다

[숫자로 본 한 주간] 정권 실세에 대한 의혹, 검찰이 어디까지 밝혀낼까

이번 한 주는 ‘60억’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전격 구속됐습니다.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데요, 60억원은 이국철 회장이 정권 실세인 모 인사에게 준 것으로 알려진 금액을 말합니다. 오늘은 이국철 회장의 로비의혹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국철 로비의혹’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이 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했습니다. 검찰의 굴욕이었죠. 왜냐하면 당시 영장을 청구하기 전 검찰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110% 자신한다”며 자신감을 표출했습니다. 그랬는데 법원에 의해서 영장이 기각된 겁니다. 기각 후 검찰은 이국철 회장을 추가 소환 조사했고, 자택과 그룹 계열사, ‘정권 실세 강탈’ 의혹이 제기된 물류업체 대영로직스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수사를 벌였습니다.

‘영장 기각’ 수모 당한 검찰, 정권 실세 개입 의혹 어디까지 밝혀낼까

신재민 전 차관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신 전 차관 역시 검찰의 보강수사 기간 동안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 등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는데요, 검찰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신 전 차관을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여원의 대가성을 입증할 자료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검찰 수사와 관련해 그동안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검찰이 비리혐의자보다 폭로자 수사에 무게를 뒀기 때문입니다.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보다는 폭로자인 이국철 회장에 대한 영장이 먼저 청구가 되지 않았습니까.

일각에선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고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뒤 검찰이 신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게 사실이지만 검찰 수사를 온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국철 회장이 정권실세들에게 얼마나 로비를 했느냐 여부입니다. 정권실세가 어디까지 개입돼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얘기입니다. 일단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는 있습니다. 정권실세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돼 왔던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 씨를 검찰이 체포해서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검찰은 대영로직스 문모 대표가 이국철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유력 국회의원 보좌관 박모씨를 자주 동석시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수사에 따라 이번 사건이 정권실세가 개입된 ‘로비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검찰 수사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여러 시선들

여기에 이국철 회장의 비망록까지 공개될 경우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국철 회장은 구속되기 전, 비망록에는 검찰과 경제계, 정치인들의 비리가 들어 있으며 공개하면 정권이 무너진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파괴력이 있다는 얘기죠.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가 됐는데요, 이 회장이 대영로직스 문모 대표를 통해 정권 실세인 모 인사에게 60억원을 줬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또 모 종교계 인사가 폭로를 중단하라고 회유했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는데요, 이 종교계 인사는 “더 이상 폭로하지 말라. 이 회장만 죽는다. SLS건은 절대 오픈 못한다”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망록에 대한 검찰의 확인수사가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누구를 구속하느냐보다는 현 정권 최고 실세를 둘러싼 의혹을 검찰이 얼마나 밝혀내느냐가 핵심이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 비망록에 대한 확인수사는 필수적입니다.

사실 검찰이 애초 이 사건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국철 회장이 관련 내용을 폭로했을 때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청와대가 언급을 하면서 수사에 나섰고, 이런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국철 회장이 구속됐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입니다. 일단 이국철 회장 비망록에 대한 검찰의 확인수사가 필요하고, 이 회장이 로비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과 경제계, 정치인들의 비리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검찰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놓을지는 결과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동안 검찰이 최고 실세와 관련한 수사에서 칼이 무뎌진다는 비난을 받아왔었는데 이번에는 이런 불명예를 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위)=한겨레 2011년 11월18일 4면>
<사진(아래)=경향신문 2011년 11월19일 8면>

※ 이 글은 2011년 11월19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