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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언론들의 '박근혜 충성경쟁'이 시작됐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10일) 대선출정식을 가졌고, 같은 날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구속 수감됐다. 뜨는 해와 지는 해의 대비되는 광경을 이처럼 극명하게 보여줄 수는 없다.
 
세상이 바뀌니 신문들이 바빠졌다. 오늘자(11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모두 두 사람과 관련된 기사와 사진을 싣고 있는데 ‘지는 해’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신문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방점과 논조에 있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한 시선과 무게중심은 확연히 다르다. 오늘 뉴스브리핑은 그 ‘차이’에 관한 기록이다.

박근혜는 경제민주화의 기수?

의외로 오늘자(11일) 조간신문들 가운데 가장 ‘친박스러운’(?) 신문은 한국일보다. <“기업책임 다하게 단호히 법집행”>이라는 1면 머리기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일보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대선출정식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박 전 위원장이 표방한 ‘경제민주화 의지’의 현실가능성과 진정성에 대한 점검은 없었다.

한국일보는 3면에서 좀더 ‘박근혜의 의지’를 강조한다. <‘줄푸세·성장’서 180도 전향 … 재벌개혁과 따뜻한 시장경제로>를 3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뽑은 한국일보는 <국정운영 패러다임은 ‘국가에서 국민으로’ / 정당한 기업활동은 보장 급진적 정책과는 선그어>라는 부제도 선보였다. 한국일보의 1면과 3면 기사만 보면 마치 박근혜 전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의 기수’라도 된 듯한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후보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묘사한 반면 그의 라이벌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한 ‘최대한 부정적 기사’를 내보내 ‘친박신문’의 진수를 보였다.

<동아>, “박근혜는 띄우고 문재인은 때려라”

동아일보의 1면 기사 제목은 <박근혜 “큰 기업일수록 단호한 법 집행”>이다. 한국일보와 비슷하게 1면에서 박근혜의 의지를 강조한 동아일보는 2면과 3면에서도 최대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위원장의 긍정적인 측면을 조명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특히 <아버지의 국가주의를 넘어 … “국민 한명 한명 행복한 시대로”>라는 제목의 3면 머리기사는 마치 ‘박근혜 대선 팜플릿’을 보는 것 같은 착시현상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박근혜를 ‘띄운’ 동아일보는 갑자기 4면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등장시키더니 부정적인 기사를 휘갈긴다. 지지율도 주춤거리고,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의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4면에서 무려 두 꼭지나 문재인 고문과 관련한 기사를 내보냈는데 두 기사 모두 한결같이(!) 부정적이다. 기사내용을 자세히 보지 않고 제목만 봐도 동아일보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지지율 상승세 속에도 ‘대세론’ 못타는 문재인…왜 / “친노의 기획상품” ‘노무현 vs 박근혜 프레임’서 못 벗어나, 리더십에 불안감 낙동강전투 패배로 대선승리 확신 못 줘> (동아일보 4면 머리기사 제목)

<문(재인) vs 김(두관) ‘대통령 동생’ 신경전 점입가경> (동아일보 4면 기사 제목)

<경향>․<한겨레>를 제외한 조간들, ‘박근혜 검증’은 없다

사실 오늘자(11일) 지면을 기준으로 ‘가장 친박스럽고, 가장 악의적인’ 신문 두 곳을 대표적으로 언급해서 그렇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대선출정식 기사는 경향과 한겨레를 제외하곤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박근혜 전 위원장의 주장을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을 뿐 그것의 현실가능성과 의지에 대한 점검은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확연히 드러나는지 동아․한국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의 ‘대표 기사’ 몇 가지만 소개한다.

<“재벌 지배구조 불합리 … 신규 순환출자 규제 필요”>(국민일보 3면)
<박근혜 대선출사표 …키워드는 ‘국민행복’ / “재벌 신규 순환출자 규제”> (서울신문 1면)
<“시장불공정 단호하게 개입” / 대권화두는 ‘양극화 해소’>(세계일보 4면)
<‘국가’보다 ‘국민’ 앞세운 박 … “원칙 잃은 자본주의, 중대 도전 직면”>(조선일보 3면)
<박근혜 “산업화 기적 50년, 이제 경제민주화 실현”>(중앙일보 1면)

<경제민주화에 초점 … ‘국가’에서 ‘국민의 삶’으로 기조 바꿔 / 구체적 실천내용 없고 복지․일자리는 재탕> (경향신문 4면)
<‘박근혜식’ 신규 순환출자 규제로는 거대재벌 견제 어렵다>(한겨레 3면)

다른 건 논외로 하더라도 5년 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대표공약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겨레가 오늘자(11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이 ‘줄푸세’는 “지난 4년여 동안 집권여당을 지탱해온 정책 지표”였으며 “이런 기조에 따라 부자감세가 도입됐고, 재벌에 대한 규제는 완화”됐다.

‘그런’ 박 전 위원장이 갑자기 이번 대선출정식에서 경제민주화나 복지확대 공약을 들고 나왔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박 전 위원장의 공약을 소개하기 전에 “집권여당의 대선 주자로서 현 정권의 실패와 이에 따른 책임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것”(한겨레 사설인용)에 대한 질타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일부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 신문들은 ‘박근혜 팜플릿’ 수준의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박근혜 추대 대회’로 흘러가고 있듯 대한민국 언론 또한 ‘박근혜 찬양’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