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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석해균 선장 ‘총알 의혹’ 축소 보도한 KBS SBS

[핫이슈] 반성도 없고 제대로 된 의혹제기도 없다

명백한 축소보도다. 해적들의 삼호주얼리호 납치사건에 대한 해경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KBS SBS 보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석해균 선장 ‘총알 의혹’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두 방송사는 7일 메인뉴스에서 이 의혹들을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석 선장 몸 속에서 발견된 총알 1개가 우리 해군이 쏜 것으로 ‘밝혀진’ 것 외에 다른 의혹들에 대해선 침묵했다는 말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있었지만 KBS SBS는 이를 ‘외면’했다. 외면의 결과는 보도의 ‘함량미달’로 나타났다. MBC가 관련 보도를 4꼭지로 전하며 ‘상대적으로’ 여러 의혹을 제기한 것과 명백히 비교되는 보도다.

KBS SBS, 기본적인 의혹 제기도 하지 않은 ‘함량미달’ 보도


석 선장 ‘총알 의혹’과 관련해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혹은 ‘이 사실’을 군 당국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아덴만 여명작전’ 성공 이후 청와대와 군 당국의 태도를 기억하는가. 거의 모든 언론이 동원되다시피 하면서 상당 기간 한국은 ‘아덴만 정국’으로 변했다. 언론 보도의 초점도 군의 눈과 입을 통한 일방적 두둔과 홍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만약 군 당국이 석 선장이 아군의 총에 맞은 것을 알고도 대대적 홍보에 주력했다면 이건 다른 문제다. 아니 정확히 말해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석 선장이 아군의 총에 맞아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홍보에만 골몰했다는 주장과 연결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7일 KBS와 SBS는 이 부분을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관련한 의혹이 또 있다. 석 선장이 누구의 총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는가 하는 것. 실제 남해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7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런 의문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석 선장은 모두 5곳에 총상을 입었는데, 그를 수술한 의료진은 양쪽 넓적다리뼈 골절 부위에서 탄환 2개를 빼내어 해경에 넘겼다.


문제는 나머지 총알이다. 한겨레 보도(7일 인터넷)에 따르면 “석 선장이 인공호흡기에 의존할 만큼 패혈증 등으로 상태가 나빠진 것은 ‘오른쪽 복부 탄환이 들어간 상처’ 때문”이라는 게 의료진의 추정이다. “복부 등 총상 부위 3곳이 의료진이 분실한 탄환 1개, 선박 금속부품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국 “분실한 탄환 1개가 누구의 것인지”에 따라 석 선장 총격의 진상이 선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7일 KBS와 SBS는 이런 ‘기본적인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았다. 이 정도 되면 의도적인 외면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해경 수사발표보다 더 ‘부실한’ KBS SBS 보도

결국 ‘총알 의혹’의 핵심은 오만 현지에서 분실된 것으로 알려진 ‘의문의 총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경찰이 가장 적극적으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핵심의혹은 비껴갔다. 석 선장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었을 수도 있는 총알 1개를 의료진이 분실했지만, 해경은 주치의 경위서만 받고 조사를 끝냈다. 해경의 조사 자체가 부실했을 가능성이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방송사들, 특히 KBS와 SBS는 7일 경찰 조사보다 더 부실한 보도를 내보냈다. 고의적으로 총알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해경은 침묵했고, 이 ‘모든’ 상황에 대해 KBS와 SBS도 침묵했다. 그동안 해적들이 석 선장을 향해 AK소총으로 ‘조준사격’을 해왔다는 군 당국의 설명과 다른 ‘사실’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방송사들, 특히 KBS와 SBS는 ‘단편적인 사실’들만 열거해 내보냈다.

기본적인 의혹제기도 못한 KBS SBS가 “오만 현지에서 분실된 총알 1개, 정말로 잃어버렸나”라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방송사들이 사건 초반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했을 때 간첩 운운했던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을까. 없다. 해경 수사발표보다 더 ‘부실한’ KBS SBS 보도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나는 것보다 씁쓸한 느낌이 든다.

<사진=(위부터) 2월7일 KBS SBS MBC 메인뉴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