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흔적/핫이슈

이집트 ‘관변 언론’ 돌변이 MB정부에 시사하는 것

[핫이슈] 조중동이 ‘MB정부편’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오늘 동아일보에 ‘재미있는’ 기사가 났습니다. 4면에 무바라크 퇴진 이후 ‘뉴이집트 시대’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었는데, 제 눈길을 끈 건 <나팔수 언론의 돌변>이란 기사였습니다. 제목만 봐도 딱 아시겠죠? 무바라크 퇴진 전과 이후 이집트 ‘관변 언론’의 180도 달라진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기사입니다.

비슷한 내용을 이미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등에서 읽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 ‘관변 언론’을 비판하는 내용을 동아일보에서 접하니 느낌이 새롭더군요. 동아일보가 비판하는 이집트 관변 언론과 국내 조중동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 -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집트 언론의 상황과 한국 언론의 수준 - 별반 다르지 않다

외신들은 이집트 관변 언론의 돌변이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사설을 통해 지지후보와 정당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들’의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집트의 언론 풍경이 새로운 뉴스는 아닙니다. 이집트까지 갈 필요도 없이 비슷한 언론의 풍경을 이미 국내에서 숱하게 목격했고, 지금도 목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권을 옹호하던 친정부 언론이 시민혁명 성공 이후 ‘시위대 찬양’으로 돌아섰다’ ‘젊은이들의 시위참여를 확대시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정적이던 언론이 갑자기 SNS에 대한 찬양에 나섰다’ -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이집트 관변 언론의 돌변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한국 언론의 풍경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집트 보다 20년 정도 앞서 있는지는 몰라도, 국내 언론의 수준은 이집트 언론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이집트 관변 언론의 돌변을 이집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언론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집트 관변 언론의 돌변을 MB정부가 누구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2012년 대선과 총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는 데다 곧 종합편성채널(종편)도 출범할 예정이기 때문이죠. 아마 MB정부는 종편에 선정된 ‘조중동매’(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가 자신들의 우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특혜를 제공하면 그 ‘대가’로 총선과 대선에서 무언가 ‘보답’을 받을 거라는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집트 관변 언론의 ‘돌변’ - MB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 판단, 신뢰할 만한 것일까요. 저는 아직도 MB정부가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집트 시민혁명이 성공하게 된 가장 큰 동력이 무엇인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자(14일) 동아일보 기사 마지막 부분을 한번 볼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 이들 관영언론의 영향력은 이번 시위 사태에서 매우 제한적이었다. 튀니지 시민혁명에 이어 이번 이집트 시위에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13일 ‘혁명이 트위터화(twitterise)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도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시민들은 말과 글을 매개로 힘을 결집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시민혁명에서 확인된 SNS 영향력 - 아마 국내에서도 더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는 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 말을 종편 출범과 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 대입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여론 주도력이 예전만큼 주류 언론 위주로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이들 관영언론의 영향력은 이번 시위 사태에서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말이 “조중동 등 주류 보수언론 영향력은 이번 대선·총선에서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말로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MB정부는 여전히 ‘조중동매 종편’에게 어떻게 특혜를 줄 것인지에 대해서만 골몰합니다. 이러다 젊은 층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종국에 ‘주류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는 ‘험한 꼴’을 당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MB정부가 ‘불행한 정권 말기 상황’에 놓인다면 저는 그 옆에 반드시 ‘MB정부를 지지해온 언론’이 있을 거라 단언합니다. ‘조중동’이 MB정부 편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말입니다.

<사진(위) 동아일보 2011년 2월14일 4면>
<사진(중간) 경향신문 2011년 2월12일 1면>
<사진(아래) 한겨레 2011년 1월1일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