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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홍대 청소노동자와 김여진 그리고 이재오 장관

[핫이슈] 홍대 청소노동자들 농성이 ‘성공’한 3가지 요인

홍익대에서 오랜 동안 농성을 벌여온 청소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농성 돌입 49일만이라고 합니다. 오늘(21일)부터 일터인 홍익대로 복귀했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농성’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조건으로 일터에 복귀한다고 합니다.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450원(기본급 93만50원), 경비노동자들은 시급 3560원(기본급 116만3410원)의 임금을 받기로 했다는군요. 또 회사에서 매달 식대보조비 명목으로 5만원, 명절 상여금으로 5만원을 그리고 노동시간외 업무에는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답니다.

‘절반의 성공’이지만 …

물론 아쉬움은 있습니다. 임금과 식대가 오르긴 했지만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 대부분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공분을 일으켰던 점심값의 경우 당초 월 9,000원(하루 평균 300원)에서 5만 원(하루 평균 1666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식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하루 평균 1666원으로 무엇을 먹을 수 있을지.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일정 부분 ‘성공’했고 이들이 일터로 복귀한 것은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홍익대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말은 이들의 49일 농성이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얘기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말입니다.

‘홍익대 사태’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결 기미가 잘 보이지 않던 홍익대 사태가 갑작스레 해결될 수 있었던 계기가 뭘까 - 이런 점을 곰곰 생각해봤습니다. ‘절반의 성공’이나마 합의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요인을 짚어 봤습니다.

‘성공 요인’ 하나 - 홍익대 청소노동자들

첫 번째 성공요인은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입니다. 49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부당한 대우와 노동조건에 항의하며 학교와 용역업체를 상대로 농성을 벌여온 홍대 청소노동자들이 없었다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부당한 노동환경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이들의 생존권 투쟁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많은 이들의 ‘반성과 자성’을 이끌어냈고, 결국 많은 사람들의 연대와 지지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은 ‘부당한 처우와 열악한 노동환경은 스스로 힘을 결집시켜 개선을 요구할 때 바뀔 수 있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상식적인 명제’를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습니다. ‘억울하면 출세해야지’가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도 인간으로서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이들의 이런 ‘권리 찾기’가 없었다면 외부의 지지가 아무리 많았어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결집은 이번 농성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 요인이기도 합니다. ‘스펙 쌓기’의 틀에 갇혀 있는 젊은 세대들이 한번쯤 귀담아 들어야 할 ‘사건’이지 않을까 싶네요.

김여진과 ‘날나리 외부세력’ 그리고 트위터리언


김여진과 ‘날나리 외부세력’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리고 홍익대 청소노동자 문제를 꾸준히 여론화 시킨 트위터리언과 일부 언론의 역할도 컸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홍익대 사태’는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은 너무나 외로웠을 겁니다. 49일이 아니라 490일이 넘도록 해결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탤런트이자 배우인 김여진 씨의 역할을 컸습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홍익대 농성장을 직접 방문하고, 신문 인터뷰까지 해가며 홍익대 사태를 이슈화 시키는데 앞장섰기 때문입니다. TV에까지 나와 MB정권 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홍대 사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하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면, 홍익대 사태는 지금보다 장기화됐을 지도 모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약간 설명을 덧붙이면, 김여진 씨가 홍익대 사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만큼 홍대 청소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사태해결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49일간 농성을 벌인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입니다.

이재오 특임장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저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을 주목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해명이나 입장표명도 없이 ‘침묵’으로만 일관해오던 홍익대와 용역업체들이 태도를 바꿔 사태해결에 나선 배경 - 뭘까요?

졸업식 등을 고려한 전향적인 결정? 그런 걸 감안했다면 일찌감치 청소노동자들과 협상에 나서지 않았을까요. 저는 홍익대와 용역업체들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다고 봅니다. 그 ‘배경’이 뭘까요. 저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이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냥 추정일 뿐이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닙니다. 김여진 씨는 지난 15일 방송된 tvN 아침토크쇼 <브런치>에서 초대 손님으로 나온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재오 장관은 처음에는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는데, 최저 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고 있는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계속 거론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김여진 씨가 거듭 주문하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tvN 방송 이후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홍익대 사태’는 해결점을 찾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홍익대와 용역업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이들이 갑작스레 사태해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든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점을 찾으라는 ‘외부 주문’이 있지 않았을까요. 추정이긴 합니다만, 저는 이 대목에서 자꾸 tvN <브런치>에 나온 이재오 특임장관이 생각납니다.

권력이 개입해야 사태는 해결된다?

역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마디 덧붙이면, 만약 이런 추정이 사실이라면 조금 씁씁해질 것 같습니다. 나름 ‘해결점’을 찾아서 좋긴 하지만, 결국 권력이 개입을 해야 사태가 해결된다는 걸 보여준 셈이니까요. 실제로 이재오 특임장관이 사태해결에 일정한 역할을 했더라도 박수를 칠 수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진(위)=경향신문 2011년 2월21일 10면>
<사진(중간)=김여진 블로그 화면캡쳐>
<사진(아래)=2월 15일 방송된 tvN '브런치' 이재오 장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