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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중동 사태’를 보며 폐지된 MBC ‘W’를 떠올리다

[핫이슈] MBC ‘W’ 폐지가 정말 아쉬운 이유

지난 22일 MBC <PD수첩>을 보면서 ‘엉뚱하게’ <W>를 떠올렸습니다. 이날 <PD수첩>은 피자업계의 ‘30분 배달제’ 폐지 소식과 함께 아랍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조명했습니다.

그런데 중동지역 변화를 다룬 아이템을 보면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방송 뉴스와 차별화 된 시각과 내용을 기대했는데,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뭐, 제 기대가 너무 컸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동 문제’ 역사적 배경을 짚는 프로그램의 부재

각설하고. <W>는 지난 개편 때 MBC에서 폐지된 국제시사전문프로그램입니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서방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죠.

그래서인지 <W>는 기존 프로그램과 시각이나 접근방법이 많이 달랐습니다. 기존 국제 관련 프로그램은 북미나 유럽, 중국·일본 같은 이른바 ‘주요 국가’ 관련 뉴스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W>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그리고 중동 지역 문제 등을 과감히 이슈화 시켰습니다. 기존 흐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 거죠.

<W>의 이런 노력 덕분에 국제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외신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PD들이 ‘분쟁지역’을 과감히 취재하고, 국내 언론의 사각지대인 곳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새로운 시각도 접할 수 있었고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죠.

하지만 <W>는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운 김재철 사장의 ‘방침’에 따라 내외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폐지됐습니다.

해외 취재 전문인력과 전문 프로그램 없는 공영방송사?

요즘 KBS 수신료 인상이니 뭐니 하면서 말들이 많죠.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앞두고도 이런 저런 말이 많습니다. 방송의 공영성이니 ‘조중동 방송’이니 하면서 언론들이 내뱉는 말들의 잔치도 아주 요란합니다.


그런데 저는 방송의 공영성 이런 거 얘기하기 전에 과연 한국의 공영방송사들이 그만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한국은 OECD 회원국이면서 경제력은 이미 세계 10위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G20 의장국까지 경험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다양성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같은 경우 후퇴하는 징후가 보이고 있습니다만, 우리의 경제적인 규모를 감안하면 ‘주요국’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런 국가의 공영방송 현실을 좀 볼까요. 다른 건 논외로 하더라도 해외 전문 취재인력이 별로 없습니다. 전문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한 것도 거의 없지요. 특파원들은 주요 국가 위주로 파견돼 있기 때문에 최근 중동 지역의 경우처럼 분쟁 지역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을 취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중동 지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을 제대로 취재하기란 어렵다는 말입니다.

한국에 중동 지역 전문 언론인이 있을까

적어도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이 이집트를 넘어 아랍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국제정치에서 중동지역이 갖는 특수성을 알아야 합니다. 또 해당 지역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단편적인 현상을 쫓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언론인에게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건 언론인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죠. 하지만 적어도 현재 아랍권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그 지역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취재해 온 언론인이 있어야 합니다.

‘사건’이 터지고 취재인력을 부랴부랴 파견하는 방식으로는 수박 겉핥기식 보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죠. 미국의 중동정책이 이번 사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아랍권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 이런 점들을 방송에서 접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PD수첩>을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도 이런 종류의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요즘 ‘중동지역 사태’를 보면서 자꾸 폐지된 <W>가 떠오릅니다. <W> 폐지가 정말 아쉬운 요즘입니다.

<사진(위)=경향신문 2011년 2월24일 1면>
<사진(중간)=중앙일보 2011년 2월24일 1면>
<사진(아래)=MBC 'W'에서 방송된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