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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신입사원’ 논란, MBC 아나운서들이 침묵하는 이유

[핫이슈] 종편을 앞둔 아나운서 불안감의 반영?

방영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아나운서 오디션 프로그램 MBC <신입사원>이 오는 6일 첫 전파를 탄다. 첫 방송은 변웅전·차인태 등 예전 아나운서들과 함께하는 콘셉트로 진행이 되고 이후 본격적인 아나운서 오디션 선발과정이 방송될 예정이다.

<신입사원>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가 됐으니 여기서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 MBC 아나운서들의 ‘침묵’이다. <신입사원>에 대한 각종 논란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어디에도 MBC 아나운서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들’은 여러 논란과 상관없이(?) <신입사원> 제작과정에 참여했고, 곧 방송을 앞두고 있다.

아나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MBC 아나운서들이 침묵하는 이유

MBC 아나운서들의 ‘침묵’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공개 오디션을 통해 아나운서를 선발하는 <신입사원> 프로그램 기획 취지에 ‘전폭’ 공감해서? 그래서 이들은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MBC 아나운서들도 <신입사원>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불만은 공식적으로 표출된 적이 없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 불만은 있다는 얘기다.

불만이 있지만 왜 표출을 하지 않는 것일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MBC 아나운서들이 노조 파업 때 ‘선봉’에 서는 ‘강성 언론인’이지만 조직인의 한계를 돌파하기 쉽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이번 사안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안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신입사원>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MBC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 하나를 두고 ‘단일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문제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해도 그것이 회사 차원에서 기획·진행되는 것이라면 아나운서들도 어찌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을 반영하고 있다.

종편 앞둔 아나운서들의 불안감 반영인가

나름 타당성을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앞두고 아나운서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게 아닐까 -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문제는 향후 ‘아나운서 정체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쉽게 단정할 문제는 아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지는 ‘아나운서=언론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많았다. 아나운서의 최종적인 꿈은 메인뉴스 앵커가 되는 게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다. 예능 쪽으로 끼가 있는 일부 아나운서를 발견하면 ‘전략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하거나 MC로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방식이 통할까. 장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아나운서는 언론인이면서 동시에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나운서=언론인’이라고 고집하는 주장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나운서=예능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각 자의 특성과 능력 그리고 상황에 따라 아나운서들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돌과 개그맨이 ‘대세’ … 점점 좁아지는 아나운서들의 입지

하지만 종편을 앞둔 지금 아나운서들의 ‘상황’은 어떤가. 만만치 않다. 아니 오히려 ‘아나운서들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과 개그맨이 ‘장악하다시피’ 했고, 라디오 진행자들에서도 아나운서들은 밀려나고 있다. MB정부 이후 입지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기자나 PD가 직접 진행을 한다.

상황이 이런데, 종편이 출범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연기자와 연예인 그리고 스타급 작가와 PD들의 ‘몸값’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입지는 ‘극히 일부 스타급 아나운서’를 제외하곤 지금보다 더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나운서들을 제외하곤 많은 아나운서들이 앞으로 도태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종편을 앞둔 지금, 아나운서들은 ‘자신의 스타성’을 스스로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입사원’은 기존 아나운서들에게 기회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MBC <신입사원>은, 자신들의 ‘스타성’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슈퍼스타 K2>나 <위대한 탄생>에서 오디션에 응시한 사람들만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가. 아니다. 심사위원과 ‘멘토’들도 지원자들 못지 않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아나운서들이 이런 상황인데 <신입사원>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다 한들 MBC 아나운서들이 ‘비판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어렵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종편은 미디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경쟁력이라는 미명 하에 언론종사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요즘 뉴스에서 기자들이 자주 얼음물에 뛰어들던데 …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진(위)=MBC '신입사원' 면접장면 /MBC 제공>
<사진(중간)=PD저널 2011년 2월9일 5면>
<사진(아래)=MBC '신입사원' 면접장면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