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흔적/핫이슈

조선일보가 ‘한국의 복지낙후’를 주목하는 이유

[핫이슈] 중앙 동아와 차별화 된 조선의 복지 이슈화

보수신문이 ‘복지’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주목’은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복지 주목도’는 예전과는 강도와 집중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복지 논쟁이 대중들에게 ‘각인’ 되면서 나타난 현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같은 보수신문이라 해도 미묘한 차이가 납니다. 조중동이 똑같이 복지를 주목하고 비중을 두지만, 조선일보가 ‘복지’를 주목하는 이유와 중앙·동아일보가 복지를 주목하는 이유가 다르다는 말입니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을 공격하는데 주력하는 중앙·동아일보

어떻게 다를까요. 중앙·동아일보는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무상복지’ 정책을 주로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중앙과 동아일보의 복지 관련 기획기사를 보면 복지 과잉 사회의 문제점을 싣는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무상복지 보다는 급한 곳부터 복지 실현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거나 ‘복지 포퓰리즘의 폐단’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방식을 주로 택한다는 거죠. 때문에 중앙과 동아일보의 복지 관련 기사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복지=놀고먹는 것’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한 후 ‘놀면 복지 없다’는 논리로 연결시킨다는 겁니다. 이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하면서 말이죠.

외국 사례를 소개하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복지병 앓는 영국 70년만의 대수술>(동아일보 2월19일자 1면>이라는 기사만 봐도 ‘딱’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기사유형은 보통 ‘복지는 정부 재정적자의 원인’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는데, 문제는 이 전제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시킨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기사들이 전혀 터무니 없는 건 아닙니다. 유럽 상황을 진단하는데 동아·중앙일보의 진단과 분석은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을 한국에 곧바로 적용시키는 게 문제죠. 유럽의 ‘복지’와 한국의 ‘복지’는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만큼 현격한 차이가 나는데 이런 식의 ‘기계적 잣대’로 비교하는 건 온당한 태도가 아닙니다.

중앙·동아일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복지를 주목한 조선일보

조선일보 3월5일자 1면 기사를 한번 보세요. 조선은 이 기사에서 <우리나라 복지수준 OECD 30개국 중 26위>라고 지적합니다.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수십 년 째 최상위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다 ‘일부’ 문제가 발생한 국가의 복지수준과 이들 국가가 시행하는 복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한국의 ‘복지’를 동등하게 비교하는 건 사실을 호도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가 최근 복지를 주목하는 방식은 중앙·동아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중앙·동아가 민주당과 진보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복지’를 주목한 반면 조선일보의 주된 타깃은 한나라당으로 향해 있는 게 특징입니다.

조선일보가 창간 91주년 특집으로 내보낸 지난 3월5일자 ‘복지 기획기사’는 그런 점에서 주목해 볼 만 합니다. 조선은 한국의 복지수준을 <복지충족 28위, 국민행복 29위… 최하위권>(8면)이라고 진단하더니 <“경제 13위 나라가 사는 건 왜 이리 팍팍한지…”>를 강조합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교육·노후·의료복지”라는 직장인들의 ‘염원’까지 반영하고 있더군요.


조선일보가 이 기사에서 의도하고 있는 게 뭘까요. 한국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복지에 대한 욕구와 열망이 얼마나 강한가 - 이걸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닐까요.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2012년 대선의 화두는 ‘복지’ … 하지만 무기력한 보수진영과 MB정부

조선일보의 이런 ‘방향 설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는 조선일보가 2012년 대선 구도가 복지논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봅니다. 전세대란에 물가폭등 그리고 구제역 파문과 국제유가 상승 등등.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수많은 문제들이 봇물 터지듯 불거지고 있지만 MB정부는 제대로 대처하는 게 하나도 없지요.


이런 상황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재집권 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제대로 대처해도 늦었다는 평가가 많은데, MB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대처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구제역 파문으로 농촌 민심이 흔들리고, 전세대란과 물가폭등으로 도시지역 민심까지 흔들리는데 한나라당과 MB정부는 ‘외부환경’ 탓만 하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언론까지 거들면서 집권여당과 정부가 ‘무대책’으로 나가고 있는데 한 몫 하고 있죠.

‘복지 과잉’에서 ‘복지 개입’으로의 전환 모색하는 조선일보

아마 조선일보는 이런 기류에 제동을 걸려고 한 것 같습니다. ‘복지’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기류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주목한 거죠. 정부 여당이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집하면서 복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MB정부는 물론이고 보수진영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조선의 이런 기류는 일반 대중들의 삶은 ‘바닥’을 기고 있는데 보수진영의 ‘복지 과잉’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돼 있습니다. ‘복지에 대한 반대’만 외치는 방식으론 대중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결국 ‘보수진영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복지에 대해 대처를 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정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위기경보를 발동하고 있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이 메시지를 MB정부와 한나라당에 보내고 있는 겁니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무상복지’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은 보수의 복지 패러다임으로는 대선에서 필패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죠. 조선의 복지 관련 기사가 중앙·동아일보와 ‘차원이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위)=중앙일보 2011년 1월31일자 8면>
<사진(두번째)=조선일보 2011년 3월5일자 8면>
<사진(세번째)=동아일보 2011년 3월2일자 4면>
<사진(아래)=조선일보 2011년 3월5일자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