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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SBS ‘장자연 보도’에서 읽어야 할 세 가지 포인트

[핫이슈] SBS 보도, ‘장자연 재수사’로 이어질 수 있나

연예계의 추한 이면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장자연 씨. SBS가 6일 고 장자연 자필편지 50통 입수해 “(장 씨가)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대기업, 언론사 간부 등 모두 31명에게 접대했다”고 보도했다.

SBS 보도는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보도 직후부터 지금까지 인터넷과 트위터에선 명단 공개여론이 빗발치고 있고, 장 씨 사건을 재수사해야한다는 여론도 증가하고 있다. 장 씨가 자살하는 것으로 흐지부지 되는 듯했던 ‘연예계 성접대 사건’이 다시 재조명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SBS 보도, ‘장자연 씨 재수사’를 겨냥한 것일까


SBS는 오늘(7일)로 장자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뒤늦게라도 용기 있게 보도를 한 SBS 태도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SBS의 특종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의문이 든다. SBS의 이 보도가 ‘고 장자연 씨 사건 재수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31명의 명단이 언론을 통해 공개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그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 물론 SBS 보도로 고 장자연 씨가 접대한 사람이 31명이었다는 점 그리고 31명 가운데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 등이 포함됐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 정도면 재수사도 가능하지 않냐는 주장이 제기될 법하다.

하지만 31명이라는 구체적 인원 외에 장 씨로부터 접대 받은 이들이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라는 점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구체적인 실명까지 인터넷 등에 ‘공개’가 되기도 했지만 ‘그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부실한 경찰 수사가 일차적 원인이긴 하지만 반드시 그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피해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범죄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SBS 보도 이후 ‘고 장자연 씨 사건’을 다시 추적하는 언론이 있을까 

아마 SBS도 이런 ‘상황’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SBS 보도 이후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판단하진 않았을 거란 얘기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이를 입증하고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검찰과 경찰이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이 사건을 재조사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수사책임론까지 불거질 수도 있는 이 사안을 장 씨의 편지를 계기로 다시 파헤칠 가능성은 낮다.

그럼 SBS 보도 이후 이 사안을 다시 추적하는 언론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이 또한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이번에 공개된 ‘고 장자연 씨 편지50통’을 가지고 당시 사건을 재론하며 ‘선정적인 보도’를 양산하는 언론사는 많을지 몰라도, 진실 규명을 위해 이번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왜 SBS는 지금 시점에서 이 사안을 보도했을까. 재수사 가능성도 낮고, 언론의 추적보도도 용이하지 않은 상황인데 왜? SBS 보도가 가지는 ‘표의’가 아닌 ‘함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SBS 보도의 ‘표의’와 ‘함의’

혹자는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앞두고 지상파가 종편사업자들에게 반격을 가했다는 의문 제기한다. 콘텐츠 수급과 광고시장 선점을 두고 ‘유혈전쟁’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들이 모두 종편(연예·드라마 제작 그리고 광고)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단정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주변의 정황이 여러 가지로 ‘애매’하다. 종편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매진해야 하는 MB정부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고,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껄끄러운 사안이다.

이 모든 상황은 SBS의 ‘고 장자연 편지 보도’가 가진 한계점이 어디인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SBS의 이번 보도가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일정한 타격만 입히고 다시 잠잠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진(위) = SBS 2011년 3월6일 SBS '8뉴스' 화면캡쳐>
<사진(아래) = SBS 2011년 3월6일 SBS '8뉴스' 화면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