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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상하이 스캔들’ 언론은 왜 중국 여성 얼굴만 공개했을까

[핫이슈] 선정성의 극치 보여준 ‘상하이 스캔들’ 보도

한 중국 여성 때문에 한국 외교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름은 덩신밍 씨.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소속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가를 뒤흔들어 놓고 있죠.

오늘 아침신문에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 여성 덩신밍 씨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많은 조간들이 한국 영사관 사진은 ‘블라인드’ 처리한 반면 중국 여성 얼굴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신문들, 왜 중국 여성 얼굴만 공개했을까


좀 이상하지 않으세요? 블라인드 처리를 할 거면 ‘남녀 모두’ 블라인드 처리를 하거나 아니면 둘 다 공개를 하든가,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겨레만 ‘남녀 얼굴’을 모두 블라인드 처리했고, 나머지 신문들은 한국 ‘남자 영사’ 얼굴은 블라인드 처리를 하고 중국 여성 덩신밍 씨의 얼굴만 공개를 했습니다.

저는 중국 여성 덩신밍 씨 얼굴만 공개한 조간신문들의 ‘판단’ 배경에 ‘남성적 관음증’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 ‘한국 외교관 3명을 쥐락펴락 한 중국 여성이 대체 누굴까?’ ‘대체 얼마나 예쁘고 잘 빠졌기에 영사 3명을 유혹했을까’ ‘유부녀인데 유부남 3명을 유혹했을 정도면 일단 예쁘지 않았을까’라는, 독자의 말초적 호기심에 편승한 편집이라는 거죠. 


‘자 독자여러분. 이 중국 여성이 한국 외교관 3명을 유혹해서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주인공입니다. 보니까 어때요? 예쁜가요?  유부남 3명이 홀딱 넘어갈 정도로 예쁜가요?’

저는 중국 여성 얼굴만 공개한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에서 벗어난 상당히 선정적인 보도태도라고 볼 수 있죠.

선정성과 흥미 위주로 접근하는 방식 지양해야


이번 사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외교관 3명이 한 명의 중국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을 정도로 공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게 첫 번째입니다. 또 하나는 외교통상부·지식경제부·법무부 출신 영사들이 덩신밍 씨에게 건넨 정보와 자료들이 정말로 ‘기밀 유출’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따져 보는 겁니다. 마지막은 정부가 초기에 이 사건을 제보 받고도 단순 ‘치정 사건’으로 축소·은폐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겁니다.

이 세 가지를 따져보기 위해선 아마 중국 여성 덩신밍 씨가 정확히 ‘누구’인지를 밝혀내야겠죠. 하지만 이건 ‘얼굴을 공개한다’고 밝혀지는 게 아닙니다. ‘얼굴 공개’는 독자들의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시킬 순 있어도, 이번 사안이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오히려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외교가의 ‘치욕’이라는 중대 사안을 ‘가십 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동아일보 1면 제목처럼 ‘대한민국 외교가 농락당한’ 사안인데, 정작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중국 여성의 미모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덩신밍이라는 중국 여성에게 한국 언론까지 ‘농락’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좀 불편하네요.

<사진(위)=동아일보 2011년 3월9일자 1면>
<사진(두번째)=서울신문 2011년 3월9일자 1면>
<사진(세번째)=한국일보 2011년 3월9일자 1면>
<사진(마지막)=경향신문 2011년 3월9일자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