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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MBC노조의 ‘김재철 사장 반대’는 최선이었나

[핫이슈] MBC사장 선임과정의 ‘보수화’에 대한 단상

MBC 차기 사장으로 김재철 사장이 선임됐다. 예정된 결말이었다. 그만큼 ‘재미’도 없었고 의미도 없었다.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의 후보 사퇴가 그나마 관심을 모은 정도였다. ‘공영방송’ MBC 사장 선임은 그렇게 ‘그들만의 리그’로 끝났다.

이렇게 된 원인을 분석하는 건 ‘뒷북’이다. 어차피 ‘판’이 뒤집힐 가능성 자체가 희박했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들’ 가운데 참신한 인물이라도 있었다면 그나마 ‘흥행’이 좀 됐을 텐데, 이번에 사장에 도전한 후보들은 ‘지난 경선’ 때 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좀 거칠게 말해 김재철 사장을 제외한 후보들도 김 사장 만큼 식상했다는 말이다.

MBC사장 선임과정은 너무 보수적이었다

여기서 김재철 사장 선임에 따른 문제점과 우려 ‘따위’는 지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고, 어차피 ‘그’가 선임된 이상 결과를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MBC노조와 시민사회진영의 ‘전략’에 대해서는 ‘충고’를 좀 하려고 한다. 이들이 이번 사장 선임과정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MBC노조와 시민사회진영은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 반대’라는 입장 외에 다른 전략을 모색하지 않았다. 짐작컨대 ‘판’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이해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방문진)가 ‘환골탈태’ 할 가능성도 없고, 김재철 사장이 ‘노선 전환’을 할 리도 없지 않은가. ‘파업 경고’를 통한 ‘김재철 반대’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MBC노조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어차피 ‘안 되는 싸움’이라는 상황에 매몰된 나머지 ‘사장 선임 과정’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간과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 사장 선임과정에서 ‘MBC문제’를 좀 더 이슈화 시킬 수 있었는데 MBC노조나 시민사회진영이 그 기회를 놓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다.

시민사회 후보 통한 적극적 대응은 불가능 했나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김재철 사장 반대’가 아닌 시민사회진영이 지지하는 MBC 사장 후보를 내는, 그런 적극적 방식 말이다. 그래서 ‘보수 후보’ 중심의 지리멸렬한 판을 ‘김재철 vs 개혁 후보’ ‘김재철 vs 진보 후보’라는 전선으로 이끌어낼 수는 없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맞다. ‘그런 후보’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설사 찾는다 해도 당사자가 이를 수락할 지도 별개의 문제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진영의 논의과정도 녹록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진영이 지지하는 후보를 MBC 구성원들이 지지할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몇 가지 방안들 가운데 하나라도 추진을 했다면, 적어도 이번 선임과정의 지리멸렬한 상황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 같다. ‘인물들’간의 경쟁을 통한 ‘MBC문제 공론화’가 가능했을 거라는 얘기다. ‘보수 후보 중심’의, 누가 선임이 되든 말든 별 관심도 없는, 무미건조한 상황보다는 과정 자체가 진일보했을 거란 얘기다. 기대할 것 없는 방문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MBC 사장 선임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을 거란 얘기다.

KBS MBC 사장 선임은 이제 구성원들만의 몫이 아니다

하지만 MBC노조와 시민사회진영은 ‘김재철 사장 반대’라는 입장표명과 구호만 외쳤을 뿐 ‘적극적인 대안 모색’에는 소극적이었다. 물론 쉽지 않았을 것이다. MB정부 이후 계속되는 파업과 해고 등으로 지쳐 있었을 것이고, 때문에 내부 동력을 결집시키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MBC노조가 처한 상황과 시민사회진영의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 반대’만이 최선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현재의 상황을 MBC구성원들의 동력만으로 돌파하기에는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부 동력이 지지부진할 땐 ‘외부 충격’을 통한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판’을 뒤집을 순 없어도 구성원들과 여론의 관심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수퍼스타 K2>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던 건 우승자 허각 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사진(위) = 김재철 MBC사장 MBC>
<사진(아래) =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MBC노조
MBC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