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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3009’가 희망의 숫자가 된 까닭은

[숫자로 본 한 주간] 3009와 희망

이번 한 주는 ‘3009’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 3009는 어떤 숫자?

알쏭달쏭 하시죠? 아마 청취자분들도 감이 딱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0년 12월 26일 오전 9시 13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화물선이 침몰하지 않았습니까? 이때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해경 경비함이 긴급 출동해서 1시간 만에 15명 전원을 구조했죠. 바로 이 해경 경비함이 ‘3009함’입니다.

- ‘3009함’을 꼽은 이유는?

오늘이 2011년 새해 첫 날이잖아요. 그래서 희망을 떠올릴 수 있는 숫자가 뭘까, 고민했는데요 저는 ‘3009함’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3009함’과 희망이 대체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위험을 무릅쓰고 15명 전원을 구조한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9함’이야말로 새해 희망을 상징할 수 있는 숫자라고 생각했습니다.

- 당시 상황이 매우 절박했었죠?

그렇습니다. ‘3009함’은 평소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할을 해왔습니다. 올해에도 불법조업 중국 어선 45척을 나포해 해경 경비함 가운데 나포 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사고 당시에도 ‘3009함’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조요청을 받자마자, 김문홍 3009함장은 엔진 4대를 모두 가동시켰습니다. 그런데 최고 시속을 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해상은 초속 20m의 강풍과 높이 4~6m의 파도가 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파도와 강풍 때문에 ‘3009함’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위험한 순간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그러니까 ‘3009함’의 헌신적 노력에서 의미를 발견한 것이로군요.

그렇습니다. 당시 ‘3009함’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고 선박은 침몰하고 있었습니다. 승객 6명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고, 9명은 뒤집힌 배 위에서 다급하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009함’ 해경들은 침착하게 15명을 모두 구했습니다. 사실 겨울바다에 침몰한 배에서 승객 전원을 무사하게 구조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운도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만큼 ‘3009함’ 해경들의 헌신이 밑바탕이 되지 않았으면 구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국민들의 칭찬과 격려가 이어지지 않았을까.

그렇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당시 기상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악천후 속에서 ‘3009함’ 해경들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3009함’은 악천후 속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경험이 많았던 데다가, 이 과정에서 쌓은 팀워크도 상당히 뛰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요인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빛을 발했던 것이죠. 15명의 시민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민들의 격려와 환호도 바로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3009함’ 해경들의 헌신과 활약을 정치인 공직자들도 본을 받았으면 싶다.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3009’라는 숫자를 주목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 한 해 정치권을 비롯한 공직사회가 얼마나 국민들을 많이 실망시켰습니까. 위장전입과 쪽방촌 투기 등 각종 의혹들 때문에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낙마하거나 사퇴했죠. 딸의 특채 인사 파문으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옷을 벗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화두로 던진 배경도 바로 이런 고위공직자들의 부정 때문 아니었습니까.

그런 점에서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9함’ 해경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2011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봅니다. 특히 공직에 있는 분들이 반면교사로 좀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위공직자들이 ‘3009함’ 해경과 같은 헌신적 자세를 보인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요.

이 내용은 매주 토요일 아침 CBS라디오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98.1MHz, 06:10-07:00)에서 방송됩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677612&NewsCategoryCD=602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