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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국회의원 유류비, 차라리 노원구 아파트 주민들에게 주자

[숫자로 본 한 주간] 국회의원 유류비와 주민 난방비 ‘0’원

이번 한 주는 ‘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0’은 서울 노원구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난방비를 말합니다. ‘0’이니까 0원이라는 얘기죠. 난방비가 0원? 이게 대체 무슨 얘기냐, 어디서 난방을 공짜로 해주냐 이런 의문을 가질 분들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난방비 0원은 주민들이 난방을 아예 끄고 지냈기 때문에 나온 금액입니다. 요즘 춥죠. 그런데 서울 노원구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난방을 3년 째 끄고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분들이 왜 난방을 끄고 지낼 수밖에 없는지 그 사연을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아파트는 두 해 전부터 서울시 산하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SH에너지사업단)의 지역난방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주민들이 “난방비가 싸다”는 업체 설명을 믿고 바꾸는데 찬성했다고 합니다.

기초생활대상자들의 한 달 난방비가 30만원?


그런데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지역난방으로 바꾼 뒤에 방이 그렇게 따뜻하지도 않았고, 온수도 미지근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난방 바꾸기 전보다 더 열악해졌다는 거죠. 이런 상황인데 첫 달 난방비가 무려 30만원이 부과됐습니다. 요금이 바꾸기 전보다 오히려 10만원 이상 늘어난 겁니다.

난방비가 이렇게 비싼 건, 비싼 연료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H공사는 지난 2008년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하는 지역난방을 서울 노원구에 도입했습니다. 쓰레기 소각장을 만들면서 이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을 도입해서 요금을 낮추자는 취지였는데, 상황은 완전 반대였습니다. 폐열 양이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으니까 가격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를 많이 쓴 겁니다. 소각열을 이용해 난방비를 낮추겠다는 게 애초 취지였는데 지금은 액화천연가스(LNG) 비율이 80%를 넘어서고 있답니다. 상황이 이러니까 난방비가 비싸게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 달 생활비가 1백만 원 이하인 생활보호대상자들입니다. 이분들이 한 달 30만원의 난방비를 부담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서민용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이른바 ‘강남 지역’보다 비싼 난방비를 사용하고 있는 그런 상황인데요, 결국 주민들이 비싼 요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난방을 끊게 된 겁니다. 주민들은 현재 전기장판과 전기난로만 가지고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노인들의 비중이 많아서 더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뾰족한 대책 내놓지 않는 SH공사

노원구 주민 전체가 난방을 끊고 사는 건 아닙니다. 현재 노원구에서 SH에너지사업단에서 공급하는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가구가 대략 9만6000여 가구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전체의 49.5%가구, 그러니까 절반 정도 되는 노원구 주민이 SH에너지사업단으로부터 지역난방을 공급받고 있는 셈인데요, 현재 1만 가구 이상이 자구책 마련과 항의 차원에서 난방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대책 마련을 해야 되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습니다. 노원구 아파트 주민들도 벌써 3년째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SH공사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노원구도 문제가 심각해지니까 ‘지역난방 개선 대책 추진단’을 꾸려서 해결에 나섰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물은 없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난방비를 줄이려면 아파트 시설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사실 1만 가구가 비싼 난방비 때문에 난방 밸브를 잠그고 ‘0’원으로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상황, 제가 이렇게 사연을 소개해 드리고는 있지만 이 자체가 지금 말이 안 되는 상황인거죠. 아마 청취자분들도 공감하실 거라 생각이 됩니다. 노원구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난방비 ‘0원’은 현재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지수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비싼 주유소 찾는 의원들 유류비, 노원구 아파트 주민들에게!


최근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곳이 서울 국회의사당 정문 맞은편에 자리잡은 주요소라고 보도가 됐죠. 비싼 주요소임에도 국회의원들 차량으로 북적된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이 곳을 자주 찾는 이유? 자기 돈을 내지 않고 주유하기 때문입니다. 의원들에게 매달 110만원의 유류비와 35만원의 차량유지비가 나오니까 이 돈으로 기름값을 내는 거죠.

저는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유류비를 당분간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노원구 아파트 주민들에게 주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제가 낸 세금이 의원들 기름값으로 사용되기보다는 노원구 주민들 난방비로 사용되는 게 훨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참할 의사가 있는 의원들은 CBS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 내용은 2011년 1월22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됐습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697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