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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당신의 하루 점심값은 얼마입니까?”

[숫자로 본 한 주간] 홍대 청소노동자들 점심값 300원

이번 한 주는 ‘30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지금 홍익대학교에서 농성 중입니다. 언론에서 비중 있게 보도를 하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실 겁니다. 이분들의 한 끼 점심값이 300원입니다. 오늘은 이분들의 점심값 300원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왜 노조를 만들어서 시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50-60대들인데요, 비정규직입니다. 월급 75만원에 점심값 300원을 지급 받으며 주 50시간씩 근무를 해왔다고 합니다. 상당히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해온 셈이죠. 그래서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2일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그런데 홍익대는 이들 청소원들을 해고 했습니다. 이후 논란이 불거지면서 점거농성으로까지 확대가 됐고 이분들의 시위와 농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점심값 300원, 믿기 어려운 사실

설마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이분들의 점심값은 300원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점심값 300원에는 많은 사실들이 함축돼 있습니다. 그냥 금액이 적은 차원이 아니라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점심값이 300원이 된 사연이 있었는데요, 저는 이 사연을 들으면서 마음 한 편이 아프더군요.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원래 교내에 있는 폐지를 수거해서 판 돈으로 쌀을 구입해왔다고 합니다. 이 돈으로 점심을 해결해 왔는데, 홍익대 측이 ‘장학재단’ 설립을 이유로 폐지 판매권을 회수를 했다고 하네요. 대신 학교 측은 쌀 구입비 명목으로 청소노동자들에게 한 달에 9000원을 지급했다고 하는데요, 하루 식대 300원은 이들의 한 달 근무일수를 따져서 나온 겁니다.

그런데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점심값 300원에는 또 다른 면이 숨겨져 있습니다. 지난 12일 유튜브 등 온라인에 ‘홍대 청소 아주머니의 밥값 300원, 왜?’라는 동영상이 올라왔는데요, 한 청소 아주머니의 사연이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아주머니는 하루 300원의 점심값이 지급된 이후 할 일이 더 늘었다고 하소연 하고 있습니다. 이 아주머니는 “(학교 측이) 돈을 지급했으니 그걸로 밥해 먹고 나가지 말고, 쉬는 시간에 외출도 못하게 했다”며 “휴식 시간에도 청소할 게 있다고 부르면 가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하루 300원 점심값 줬으니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해라 이 말인 셈인데요, 폐지를 수거해서 판 돈으로 쌀을 구입해서 점심을 해결한 때가 훨씬 나았다는 얘기가 나올 법 합니다.

지난 3일부터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으니까 이제 2주 가까이 된 셈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사를 밝히며 농성에 합류하고 있고, 다른 대학 총학생회들도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홍익대 사태가 단순한 학내 갈등을 넘어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사태해결이 어려운 이유

언론보도가 시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정작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왜 시위를 벌이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씀 드리면, 한 끼 300원으로 책정돼 있는 밥값을 현실화해 달라는 것이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인상해 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학교 측의 해고결정이 부당하기 때문에 빨리 복직되어 일하는 싶다, 이것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태해결이 쉽다고 볼 수도 있는데, 문제는 사태해결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문제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홍익대 측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가 인터넷에서 부각이 된 가장 큰 이유도 기업 아니라 대학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분노하는 시민들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홍익대 측은 용역업체와 청소노동자들간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시위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홍익대측이 청소노동자 감시에 ‘ROTC’를 동원했는데, 이들의 일당이 최대 12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데는 돈을 아낌없이 쓰면서 청소노동자들 점심값 300원을 현실화시켜달라는 요구 들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홍익대 측에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이 내용은 2011년 1월15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690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