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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20대 비정규직의 눈’에 비친 2억 6천만 원은

[숫자로 본 한 주간] 20대 비정규직이 평생 2억6천만 원을 벌 수 있을까

이번 한 주는 ‘2억 6000만’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2억 6000만 원은 자녀 1명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비용을 말합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09년 기준으로 자녀 양육비 실태를 조사해서 이번 주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자녀 1명에게 지출되는 양육비가 2009년 기준으로 2억 6000만 원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2억 6204만 4000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모든 재산을 자녀 양육 1명에 써도 모자라는 한국


많은 사람들이 자녀 1명 당 양육비가 많이 드는지는 알았지만 이렇게 많이 들 줄은 몰랐을 겁니다. 1명 당 평균이 그렇다는 겁니다. 2명이면 5억 원이 넘게 든다는 계산이 나오죠. 3명이면 7억 8000만 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 최근 통계청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재산을 발표 했는데요, 2억 3000만원으로 조사가 됐습니다. 통계청 발표를 기준으로 하면 모든 재산을 자녀 1명 양육에 써도 모자라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자녀 1인당 월 평균 양육비를 보니까요, 영아(0-2세) 68만 5000원, 유아(3-5세) 81만 6000원, 초등학생 87만 5000원, 중학생 98만 2000원, 고등학생 115만 4000원, 대학생 141만 9000원이 들었습니다. 이 비용은 정규 교육과정을 전제로 한 비용입니다. 해외 어학연수나 결혼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양육비는 더 많이 든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역시 교육비, 그 중에서 사교육비인 것 같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를 유심히 살펴보면, 출생 직후 3년간은 식료품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월 평균 12만2,000원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초등학교는 월 평균 28만6,000원, 중학교는 34만1,000원, 고등학교는 33만5,000원의 사교육비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생은 공교육비가 54만1,000원으로 가장 많이 지출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득격차에 따른 양육비 격차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 조사에는 소득격차에 따라 양육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설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실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얘기죠. 그런데 지난 4일 동아일보에 소득격차에 따른 양육비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대략 알 수 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소득격차가 큰 서울의 두 가정 9개월 양육비를 동아일보가 비교를 했는데요, 강남 아파트 아기는 1,115만원, 강북 임대주택 아기는 113만원 들었다고 합니다. 아마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도 동아일보식 기준을 적용하면 소득격차에 따른 양육비 차이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2억6000만원은 자녀 1명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평균비용’이 그렇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이 비용은 적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에게 이 비용이 너무 높은 벽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사교육비 비중입니다. 우리는 초․중․고등학교 양육비 가운데 30% 이상이 사교육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만 하더라도 양육비 가운데 교육비는 17%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 이상이지 않습니까? 우리의 사교육비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가 정확히 드러납니다.

이번 보건사회연구원은 양육비만 조사를 한 겁니다. 이 숫자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가 중요한데, 저는 2억 6000만원이라는 숫자를 ‘20대의 눈’으로 한번 바라봤습니다. 20대를 흔히 ‘88만원 세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일단 취업하는데 힘이 들죠. 어렵게 취업을 한다 해도 비정규직이 50%에 육박합니다. 이들이 결혼을 하려면 또 많은 비용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층도 늘어나고 있지요.

자녀 1명당 양육비 2억 6천만 원을 ‘20대 비정규직 눈’으로 보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을 했다고 가정을 했을 때, 이들 앞에 2억 6000만원이라는 숫자가 놓여 있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아기를 낳아서 대학까지 교육을 시키려면 평균 2억6000만원이 든다고 할 때 20대들은 어떤 심정이 들까요. 집도 마련해야 하고, 자녀 교육도 시켜야 하고 그런데 소득은 적고. 저 같으면 한숨만 나올 것 같습니다. 무언가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마련한 대책을 보면, 솔직히 한숨이 좀 나옵니다. 다자녀 세액공제액을 늘리고, 영ㆍ유아 보육료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 이런 정도인데 ‘20대의 눈’으로 보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 저출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부가 아직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지속이 되면 2억6000만원이라는 숫자가 20대 젊은층에게 절망의 숫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2억 6000만’은 성취 가능한 목표가 되어야지 절망이 돼선 안 됩니다.

<이 내용은 2011년 1월8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