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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20조원 드는 ‘제2의 4대강 사업’ 필요할까

[숫자로 본 한 주간] 예산 자료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 받아야

이번 한 주는 ‘20조’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한번 뽑아 봤습니다.

정부가 올해 말 끝나는 4대강 공사에 이어 4대강 지류·지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를 했죠. 20조원은 4대강 지류·지천 사업에 드는 예산을 말합니다. 오늘은 ‘20조원’의 예산이 드는 4대강 지류·지천 사업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서 한번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4대강 지류개선 기본구상’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었는데, 해당 지역과 전문가, 관계부처 등의 의견 청취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후에 논의키로 일정을 유보했습니다. 정부 발표 이후 여론이 악화되니까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제2의 4대강 사업’ 결국 지역 여론 달래기용이었나

사실 이번 정부 구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급하게 발표를 했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4대강 지류·지천 개발 사업은 애초 6월 즈음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시점이 당겨졌습니다. 지난달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발표 이후 지역 여론이 악화되니까 이를 달래기 위한 차원에서 발표를 급하게 서두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업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4대강 정비 사업을 할 거면, 지류·지천 관리를 먼저 한 다음 본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니까 4대강 사업이 끝나고 지류 지천을 재정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거죠.

그리고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잖아요. 환경단체들은 정부 발표와는 달리 수질이 더 악화됐고 홍수위험도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4대강 사업’과 맞먹는 비용이 드는 사업을 정부가 또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니까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거죠.

전국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건 MB정부?

무엇보다 20조원이라는 예산을 들여가면서까지 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업 타당성 논란이 그래서 제기되고 있는 겁니다. 다른 건 논외로 하더라도 10조원의 예산이 드는 동남권 신공항만 해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 자체를 백지화 했거든요. 대선 공약임에도.

그런데 경제적 타당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번 4대강 지류지천 정비 사업은 추진하려고 합니다. 20조원을 일자리 창출과 같은 현안에 써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엉뚱한데 돈을 쓰려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특히 비판적입니다. 이 의원은 “계속 빚을 내 4대강을 치장하는 사업이 나올 것”이라며 “아마 부동산 투기 붐도 일으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류, 지천 정비사업은) 4대강 사업을 서두를 때부터 의심된 부분”이라며 “분수에 안 맞게 집을 크게 지어놓으면 데코레이션도 근사하게 하고 정원도 가꾸고 싶어지지 않겠느냐”며 정부의 4대강 지류지천 사업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예산 자료 투명하게 공개한 다음 효율성과 타당성 검증 받아야

정부의 이번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지역여론 달래기용’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4대강 주변 ‘친수구역’ 후보지가 벌써부터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죠. 그런데 만약 ‘4대강 지류지천 사업’까지 추진이 되면 부동산 투기 붐이 전국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론이 생각보다 악화되니까 지금 정부가 잠정 유보를 한 상황입니다만 여론 추이에 따라 다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 사업을 재추진하려면 예산 자료를 공개하고 효율성과 타당성을 제대로 검증받아야 합니다.  20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4대강 지류지천’ 사업은 지역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위)=조선일보 2011년 4월13일 1면>
<사진(아래)=조선일보 2011년 4월15일 4면>

※ 이 글은 2011년 4월16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