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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기름값 100원 할인? 서민입장에선 여전히 버겁다

[숫자로 본 한 주간] 100원 할인이 ‘반쪽자리’ 대책인 이유

이번 한 주는 ‘10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한번 뽑아 봤습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지난 7일부터 3개월간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인하하기로 했죠. ‘100’은 바로 그 100원을 의미합니다. 오늘은 정유사들의 리터당 100원 할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정부 대책의 문제점은 없는지, 이런 것들을 한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정부의 반강제적인 ‘기름값 할인’

정유사들이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묘한 압박’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13일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한 이후 정부와 정유사 간에 가격인하를 둘러싸고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3개월 동안 벌여 온 전쟁이 결국 ℓ당 100원 인하에서 합의점을 찾은 양상입니다.

그런데 리터당 100원 할인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큰 효과는 없다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정유사들이 지난 7일부터 “기름값을 100원씩 인하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소비자가격은 ℓ당 평균 16원 내리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실제 리터당 100원을 내린다 해도 여전히 기름 값은 서민들 입장에선 버겁습니다. 차를 끌고 다니기 부담스러운 건 100원 인하 전이나 후나 거의 비슷하다는 거죠. 한 달 평균 100ℓ(평균 가격 19만 4000원)의 휘발유를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 ℓ당 100원 인하로 보게 될 혜택은 한 달에 1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언론 보도도 있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3개월 동안 받게 될 혜택은 3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오죠. 체감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유가안정을 위해 올해 초 ‘석유가격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죠. 지난 6일 대책을 내놨는데 문제는 반응이 신통치가 않다는 겁니다. 골격은 석유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고 거래가격을 공개해 유가를 인하한다는 내용인데, ‘재탕’ ‘삼탕’ 대책이 대부분이어서 대책이라고 보기가 어렵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유사 압박해서 3개월 정도 ℓ당 100원씩 기름값을 내린 것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세금문제 빠진 정부 대책 … 그래서 반쪽자리 대책

올 들어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죠. 그만큼 기름에 붙는 각종 세금도 지난해보다 1조원이나 더 걷혔다고 합니다. 이걸 내리면 되거든요. 하지만 정부 대책에서 세금 문제는 빠져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유가구조에서 세금부분이 54.7%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거든요. 소비자 가격의 50% 가까이가 세금이란 얘기죠. 세제개편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까지 기대하진 않지만, 일시적으로나마 세금을 낮춰 서민 부담을 덜어줄 방안이 있는데 정부는 세금문제는 사실상 제외시켜 놓고 있습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유가변동 추이와 에너지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유류세 인하 부분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었습니다.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리고 정유사가 리터당 100원 인하를 했지만 서민들의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올 들어 1·4분기 동안 수입된 원유가 대략 25조원 가량 된다고 하거든요.

여기에 관세와 부가가치세, 유류세, 부가세 등이 부과되는데 이걸 종합해보면 지난해보다 대략 1조원 가량의 세금이 더 걷혔다고 합니다. 단순히 계산을 해봐도 올 한 해 동안 4조원의 세금이 더 걷히게 된다는 얘기가 되죠. 문제는 정부가 세금을 내릴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MB정부는 정말 기름 값을 내릴 의지가 있는 걸까

간단히 말해 정부 입장에서 편하게 걷을 수 있는 세수를 줄이기가 싫은 겁니다. 지금 상황을 한번 볼까요. 서민들의 부담은 계속되고, 정유회사들도 이번 리터당 100원 할인으로 1조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정부만 1조원의 세수를 추가적으로 거둬들였잖아요.

그런데 정부는 세금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정부가 정말 기름 값을 인하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책은 나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유류세 등을 내려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고, 중장기적으로는 근본적으로 세재 개편을 모색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거죠. 하지만 정부가 이런 쪽으로 방향모색을 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사진(첫번째,두번째)=경향신문 2011년 4월7일자 5면>
<사진(세번째)=경향신문 2011년 4월7일자 사설>

※ 이 글은 2011년 4월9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