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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MB정부 ‘원전 낙관주의’ 이젠 무섭다

[숫자로 본 한 주간] 대한민국 ‘원전 안전지수’ 6.5는 절대적인가

이번 한 주는 ‘6.5’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6.5 - 많은 분들이 짐작 하셨을 것 같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성물질이 누출이 되면서 ‘우리’의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한가 - 이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국 원전은 규모 6.5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안전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원전 안전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죠. 오늘은 한국의 ‘원전 안전지수 6.5’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원전 안전지수’ 6.5는 절대적이지 않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반대 움직임이 불고 있습니다. 독일과 스위스가 원전 사업 재검토에 나섰고, 원전 건설을 고려하는 태국도 건설 계획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은 일본 원전 폭발 이후에도 원전을 계속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신중한 태도’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아예 원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국내 원전에 대한 우려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리(4기), 신고리(1기), 월성(4기), 영광(6기), 울진(6기) 등 모두 21기의 상업 원전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자력 총발전량도 전체 발전 규모의 31.1%에 이릅니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그만큼 원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 원전이 규모 6.5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문제는 국민들이 이를 얼마나 믿고 있느냐 여부인 것 같습니다.

저는,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일단 정부 발표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 편입니다. 정부가 밝히고 있는 내용,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것 - 이거 ‘팩트’거든요. 그리고 앞으로도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100% 안전한 원전은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

설사 규모 6.5의 지진이 원전 지반 아래서 발생해도, ‘우리’ 원전은 안전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정부 발표 자체가 뭐 과장돼 있다고 단정할 상황은 아닌 듯 합니다.

제가 보기에 ‘원전 안전성’과 관련해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면 국민들이 안심할 것으로 MB정부는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이건 ‘그런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뭐랄까, 대자연 혹은 자연재해 앞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가능한가 - 이런 차원에서 위기감이 번지고 있는 건데, 이런 종류의 불안감이 홍보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원전이 아무리 안전하게 설계가 됐더라도 ‘100% 안전한 원전은 없다’는 인식, 특히 대지진과 쓰나미 등과 같은 자연재해 앞에선 소용이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회의론이 계속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국내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분명 낮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는 장담은 아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일각에서 원전 중심의 국가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에너지산업의 근간 자체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어려운 일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재 전력 생산의 3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원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59%로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은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이런 식의 원전 확대 방침이 온당한 지 면밀히 따져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MB정부의 ‘원전 낙관주의’는 오만함의 반증일 뿐이다

정부는 2012년 수명이 만료될 예정인 월성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7년 폐기 예정인 고리1호기 역시 수명 연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후쿠시마 원전이 수명 연장 한 달 만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노후화 된 원전이 그만큼 사고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죠. 정부가 지금이라도 원전 건설을 확대하려던 정책에 대한 재고와 함께 대안 에너지 개발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MB정부는 대안 에너지 개발 논의는 고사하고 ‘한국 원전에 대해 지나친 낙관주의’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배려’라고 생각을 합니다만, 저는 요즘 들어 MB정부의 이런 ‘낙관주의’가 무섭게 느껴집니다. 정말로 인간의 과학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오만함’이 읽히기 때문입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오만함’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다 아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MB정부의 ‘원전 낙관주의’가 이젠 정말 두렵습니다.

<사진(위)=2011년 3월16일 한겨레 1면>
<사진(중간)=2011년 3월18일 경향신문 6면>
<사진(아래)=2011년 3월18일 경향신문 31면>

※ 이 글은 2011년 3월19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