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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33세 중국 여성에 휘둘린 ‘한국 외교’

[숫자로 본 한 주간] 중국 외교의 취약성 보여준 ‘상하이 스캔들’

이번 한 주는 ‘33’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과 한국 외교가를 뒤흔들어 놓은 중국 여성 덩신밍 씨. 덩 씨 나이가 33살입니다. 오늘은 33살 중국 여성에 휘둘린 한국 외교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상하이 스캔들’은 여러 시각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개인 치정문제로 볼 수도 있고, 공직기강 해이로 바라볼 수도 있죠. 이권을 노린 브로커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국가간 스파이 사건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덩신밍이라는 중국 여성의 실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인데요, 저는 한국 외교의 취약성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한국 외교의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

왜냐하면 33살 여성 한 명에 휘둘릴 정도로 한국 외교가 취약하다는 걸 이번 사건이 상징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덩 씨의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일단 드러난 ‘사실과 정황’은 분명히 있습니다.

덩 씨는 한국 고위인사들과 중국 권력자들간의 면담을 수차례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중국 상하이 교민사회의 해결사 역할도 해왔다고 하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덩 씨에게 수억 원의 고문료를 지급해 가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과 정황들’은 덩 씨가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덩씨의 영향력과 우리의 외교가 반비례했다는 점이죠.

우리가 심각히 고민해봐야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어쩌다 우리의 외교가 이런 정도로 취약해 졌을까 하는 점이죠. 일부 언론에서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일단 이명박 정부의 보은인사에 일차적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교 경험이 없는 인사가 대선 때 MB캠프에 있었다는 이유로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거죠. 참고로 김정기 상하이 전 총영사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서울선거대책위 조직본부장과 국제위원장을 지냈습니다.


‘보은인사+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외교 재앙

전문성을 무시한 ‘측근·보은 인사’가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얘기입니다. 거기에다 일부 외교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총체적 재앙으로 나타난 거죠.

그런데 저는 이런 점 외에 MB정부의 외교정책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한미동맹에 ‘올인’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거죠. 중국과의 소원한 관계는 결국 ‘외교 핫라인’ 부재를 불러왔고, 이런 상황이 33살 덩신밍 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배경이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중국의 영향력 증가는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미중 간 패권경쟁이 격화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지혜롭게 중국과의 관계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 한중외교가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MB정부의 ‘중국 홀대’도 한 원인

때문에 저는 우리 정부가 하루 빨리 미국 편중 외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한중관계도 복원하면서 동시에 러시아와 일본과의 관계개선도 모색하는 ‘다중외교노선’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미국 편중외교’ 극복과 ‘전문성 및 공직기강 강화’ 조치가 함께 병행돼야 ‘제2의 상하이 스캔들’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내용은 CBS노컷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742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