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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MB정부가 ‘미친 물가’를 잡지 못하는 이유

[숫자로 본 한 주간] 94.6% 폭등한 배추 가격

이번 한 주는 ‘94.6’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한번 뽑아 봤습니다.

물가 많이 올랐죠. 일부 언론은 ‘미친 물가’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2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5% 올랐는데요, 2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배추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94.6%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경향신문 3월3일 보도에 따르면 배추의 경우 한파 피해로 겨울배추 생산량이 평년보다 29% 줄었다고 합니다. 3월에는 출하량이 감소해 평년 5000원 이하였던 3포기 도매가격이 1만3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 같은 가격 오름세는 적어도 4월 중순 이후는 돼야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채소류와 축산물, 공공요금 등 모든 물가 오름세


문제는 지금 배추만 그런 게 아니고 각종 채소류, 축산물, 공공요금 등이 전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파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9.7% 상승했고, 고등어는 44.6% 올랐습니다. 신선식품 물가가 25.2% 상승해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육류는 괜찮느냐? 아닙니다. 구제역으로 돼지고기는 35.1% 올랐고, 수입 쇠고기 역시 17.3%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여기에다 국제유가 오르고 있죠, 전셋값도 3.1% 상승했습니다. 한 마디로 물가상승세가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는 겁니다.

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거냐.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정부도 ‘나름’ 열심히 뛰고는 있습니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올 들어 장ㆍ차관급 물가관련 공식회의만 11번 열렸거든요. 그리고 지난 2일에는 10개 부처장관들이 대책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죠. 하지만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긴급회의라고 모여서 도대체 하는 게 뭐냐”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너무 미시적인 쪽으로 국한되고 있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그동안 정유업계나 통신업계 등을 압박하면서 물가 상승을 막으려 했죠. 성장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담합 단속, 원가 조사 같은 미시적인 정책에 상당한 비중을 뒀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불안을 되레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시적인 정책 남발이 아닌 거시적인 정책 변경이 이뤄져야

그러니까 이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정부 정책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미시적인 대책으로는 물가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고 조언합니다. 고환율과 저금리 등 물가폭등을 부르는 거시적인 배경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는 거죠.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성장률에 집착한 정부 눈치를 보느라 금융통화위원회가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몇 번 ‘실기’는 했지만 늦게라도 거시정책 수정을 통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이들은 강조합니다.

다음 주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가 폭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동결보다는 인상에 무게감을 두고 있습니다만 한국은행은 여전히 고민 중인 것 같습니다.

중동사태 등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금리 인상으로 경기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됩니다.

※ 이 글은 2011년 3월5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