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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MB 대선공약 실행지수 ‘0’ 언론 책임은 없나

[숫자로 본 한 주간] MB정부 대선공약 실행 지수 ‘0’

이번 한 주는 ‘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한번 뽑아 봤습니다.

정부가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지 않았습니까. 정치권에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정국이 ‘신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데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얼마나 실행됐는지를 두고 이번 한 주가 상당히 시끄러웠습니다. ‘0’은 일종의 MB의 대선 공약 실행 지수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공약 실행지수 ‘0’

대선 공약이 하나도 이행이 안됐다는 얘기냐? 그건 아닙니다. 제가 MB의 대선공약 실행 지수를 ‘0’이라고 한 것은 주요 대선 공약이나 굵직한 국책사업의 실행 지수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략적으로만 봐도 이번에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됐죠. 지난 2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공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충청권의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세종시 수정안도 지난해 국회에서 부결이 되면서 사실상 공약이 파기됐죠. 벌써 굵직한 대선 공약 3개가 ‘없던 일’이 돼버렸습니다.

물론 4대강 사업 같은 경우 다른 국책사업들에 비해서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4대강은 MB의 대선공약인 대운하사업을 철회하면서 4대강으로 바뀐 경우로 봐야 합니다. 그나마 진행이 잘 되고 있긴 하지만 경제적 타당성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논란, 사업절차에 대한 위법성 논란 등은 여전히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4대강 사업도 공약이 제대로 이행됐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평가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경우 CBS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공약대로 하고 있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하나도 없다”고 얘길 했거든요. 이런 얘기들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선 공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어느 정도로 떨어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시민단체들의 평가도 냉혹합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명박 정부의 17대 대선 민생공약 6개(7% 성장, 사교육비 절반, 서민 주요생활비 30% 절감 등)를 선별해 이행 정도를 평가한 결과, “평균 D등급으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공약 이행에 실패했다는 얘기입니다.

굵직한 국책사업들 잇단 백지화 … 당시 언론, 검증은 제대로 했나

정부가 대선 공약을 뒤집거나 백지화 시키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에서 나온 국책사업들이 대부분 주먹구구식 아니면 선심성이었다는 게 입증이 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가 공약 파기를 언급할 때마다 ‘경제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경제적 타당성 논란은 공약이 발표될 때부터 제기돼 온 문제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표 때문에 경제논리를 무시한 채 각종 정책들을 남발하다가 뒤늦게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죠.

사실 이런 점에선 언론도 MB의 대선공약 지수 ‘0’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경제적 타당성 논란은 공약이 발표될 때부터 제기됐지만, 그리고 당시에 표 때문에 경제논리를 무시한 채 각종 정책들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언론은 이런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때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제기를 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검증 역할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브레이크 없는’ MB정부의 질주는 계속됐습니다. ‘일방적인 추진’이 계속됐고, 갈등조정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이해당사자나 갈등 주체들과의 소통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양상을 보였던 것도 사실 저는 언론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한 몫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 절충과 같은 정치적 과정을 ‘비효율적’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국가적 차원이기 때문에 정당하고, 지역의 반발은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경향마저 보입니다. 일각에선 공약을 표방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결정’인데 공약을 표방할 땐 언제고, 지금 와서 정부가 ‘정치적 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국 혼란은 ‘정언 유착’이 빚어낸 최악의 상황

문제는 MB정부의 출구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앞으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입지선정, 5월에는 LH공사 이전 문제와 같은 대형국책사업 입지선정 절차가 예정돼 있죠. 그런데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이 대통령의 조기레임덕 현상이 초래되면서 정부가 국정추진 동력 자체를 가동할 수가 어렵게 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인데요, 문제는 그런 자세를 전환하려는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동안 MB정부의 ‘일방적 독주’를 사실상 묵인해 왔던 일부 언론들 역시 자기반성을 통한 쇄신의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운 것 같구요.

MB정부 대선공약 실행 지수 ‘0’은 독선적 리더십을 버리고 갈등 당사자들과의 소통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 MB정부는 소통은커녕 현재 상황에 대한 자기변명과 정당성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요 ‘정언 유착’이 빚어낸 최악의 참사가 오래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사진(위)=2011년 조선일보 3월31일자 2면>
<사진(아래)=2011년 경향신문 3월31일자 4면>

※ 이 글은 2011년 4월2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