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가정의 달과 각종 기념일도 이젠 양극화!

[숫자로 본 한 주간] 여러분의 ‘가정의 달’ 비용은 얼마인가요?

이번 한 주는 ‘3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한번 뽑아 봤습니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잖아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까지 각종 기념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가야 할 돈도 많죠. 한 지역백화점이 설문조사를 했는데 3명 중 1명이 선물이나 외식 비용으로 30만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가정의 달’ 비용 30만원에 대해서 한번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30만원은 그나마 적은 금액입니다. 이번 조사에는 모두 534명이 참여했는데 35%인 189명이 30만∼50만원 정도 선물·외식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40만원이나 5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얘기죠.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선물 마련하는데 비용이 30만원을 넘어섰거든요. 아직 5월이 많이 남았는데 솔직히 ‘걱정’입니다.

저소득층 부모와 아이에게 가혹한 5월

실제로 이번 설문결과 5월 가정의 달에 대한 부담이 커 기념일을 줄였으면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5월 가정의 달하면 떠오르는 것을 묻는 질문에 ‘선물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답한 비율이 59%(315명)를 차지했습니다. ‘가정의 달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답한 비율이 34%(181명)였는데,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념일이 너무 많아 줄여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51%(271명)였습니다.

일각에선 가정의 달인 5월에 상처를 받는 부모와 아이들이 더 많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저소득 가정 부모들과 자녀들이 상처를 많이 받죠. 보건복지부 2009년 조사를 보면, 저소득층 부모들이 자녀 양육과 관련해 ‘방과 후 자녀 방치’(37.5%)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는데요, 다음이 ‘문화 활동 부족’(28.4%)이었습니다.

엊그제 어린이 날이지 않았습니까.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많은데 저소득 가정은 그럴 여유가 없죠. 요즘 놀이공원 입장료도 굉장히 비싸거든요. 5월이 가정의 달이긴 합니다만 저소득층 부모와 자녀들 입장에선 오히려 가혹한 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정의 달과 각종 기념일도 양극화가 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다 같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아니라는 거죠. 저소득층 가정은 놀이공원 가기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저소득층에겐 30만원이라는 비용도 엄청난 부담이죠. 그런데 서울 강남의 한 유명백화점은 어린이날 특수를 겨냥해 고가의 수입 아동 의류와 완구들을 집중 배치했는데 전량 판매됐다고 합니다. 극명한 대조를 보인 거죠. 역설적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가 ‘5월 가정의 달’에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외된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병행돼야

그래서 저는 ‘가정의 달’이 양극화 되고 있는 이유와 원인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살피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자칫 ‘가정의 달’이 ‘가정을 고문하는 날’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즐거워야할 어린이날에 선물을 받지 못해서 우울한 어린이들도 많고, 혼자서 보내는 어린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사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부모들도 많을 겁니다. 아마 그런 아이와 부모들에게는 5월이 괴롭고 가혹한 한 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가정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진=한겨레 5월6일 16면>

※ 이 글은 2011년 5월7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