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언론과 사회의 무관심이 ‘쌍용차의 비극’ 키웠다

[숫자로 본 한 주간] ‘쌍용차의 비극’은 15명에서 끝날까

이번 한 주는 ‘15’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한번 뽑아 봤습니다.

쌍용자동차에서 2009년 희망퇴직한 강모(45)씨가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강씨는 2009년 쌍용차에서 퇴사한 뒤 1년 가량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다가 2010년 5월부터 쌍용차 하청업체에서 일해 왔습니다. 하청업체 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합니다. 2009년 쌍용차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된 이후 지금까지 노동자와 가족 등 모두 15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15’는 바로 이 사망 숫자를 말하는데요, 오늘은 ‘15’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한번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한 회사에서 15명이 사망한 사건은 단순한 노사문제가 아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 강모씨의 사망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밝혀졌습니다. 급성 심근경색과 자살. 두 단어를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쌍용차 희망퇴직자와 가족 등 지금까지 15명의 사망자 가운데 8명이 자살이란 방식을 택했고, 나머지 가운데 상당수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을 했다고 합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아니면 이번 강모씨의 경우처럼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인데, ‘쌍용차의 비극’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녹색병원 노동환경연구소가 지난달 ‘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 3차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쌍용차 노동자는 일반인의 18.3배에 이르는 심근경색 사망률을 보였습니다. 이번에 숨진 강씨도 쌍용차 하청업체 취업 이후 주말과 휴일에도 출근하고 밤까지 특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쌍용차 사태’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하청업체에 힘들게 취직을 했는데 여전히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복직에 대한 희망이 꺾인 것도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 경영난을 이유로 2646명을 정리해고한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은 77일간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죠. 농성이 강제진압 된 이후 2200여명이 ‘희망퇴직자’가 돼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 가운데 468명은 1년 뒤 경영이 호전되면 복직한다는 조건으로 ‘무급휴직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복직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복직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현실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77일간 파업에 참가한 쌍용차 노동자들은 전기와 물까지 끊긴 상태에서 극단적인 농성을 벌였습니다. 당시 경찰 진압을 두고 강경진압 논란이 벌어졌는데요, 경찰 진압 못지않게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진압 과정에 참여를 해서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때 일부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파업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정을 파업에 참가자들의 어린 자녀들이 목격을 했다는 겁니다. 이때 후유증으로 심리치료를 받은 자녀들도 있다고 하니까요, 쌍용차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사태해결은 없는 걸까요. 있습니다. 우선 2009년 8월 마련된 노사합의안이 이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노사는 ‘주·야간 2교대가 가능할 만큼 경영이 정상화되면 무급휴직·희망퇴직자를 우선적으로 다시 채용한다’는 데 합의를 했거든요. 하지만 경영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데도 아직 이 문제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실적 해법 못지않게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른바 ‘쌍용차 사태’ 이후 지금까지 15명이 사망을 했는데도 쌍용차 문제는 언론의 조명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습니다.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쌍용차 퇴직자들과 가족들을 더 외롭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의 무관심’도 이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건 아닐까

15명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면 단순히 노사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죠. 쌍용차 퇴직자와 가족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우리들’의 관심일지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10일 사망한 강모씨 발인이 오늘(14일)입니다. 언론의 관심이 없다보니 이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게 마음 한편을 무겁게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이 글은 2011년 5월14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