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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유성기업 노조 파업, 얼마나 알고 계세요?

[숫자로 본 한 주간] ‘7000만원 연봉’을 받는 노조원의 파업?

이번 한 주는 ‘700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한번 뽑아 봤습니다.

유성기업 노조 파업 사태가 경찰의 공권력 투입으로 마무리 됐죠. 파업은 ‘강제진압’으로 마무리 됐지만 이번 파업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볼 대목이 있습니다.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연봉 7000만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데요, 오늘은 ‘연봉 7000만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사측이 공개하고 장관이 비난하고 보수언론이 대서특필한 ‘연봉 7천만 원’ 

‘연봉 7000만원’ 논란은 지난 22일부터 시작됐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날 파업 피해상황을 언급하면서 유성기업의 급여를 공개를 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유성기업 생산·관리직 평균 임금은 각각 7015만원과 6192만원으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3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연봉 7000만원을 받는 회사가 파업을 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노조 파업을 비난했죠. 이 발언을 많은 언론이 집중 보도하면서 논란이 확산이 됐습니다.

하지만 ‘연봉 7000만원’은 실제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성기업이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직원(생산+관리직) 평균 급여가 5710만9000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노조는 “연봉 7000만원을 받으려면 최소 회사를 25년 다니고 주야간 풀타임으로 근무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7000만원을 받는 유성기업 노동자는 350명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극소수로 알려졌습니다.

사실과 다른 ‘연봉 7000만원 논란’이 확산된 건 언론이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봉 7000만원’도 과장됐지만 유성기업 급여는 일반기업과는 좀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이 부분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유성기업은 2조 맞교대로 근무하고 있고, 기본급보다는 심야근무와 잔업·휴일특근으로 받는 수당이 더 많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월 평균 임금은 449만2007원입니다. 그런데 이 중 기본급은 171만9978만원입니다. 전체 임금의 38.3%에 불과합니다. 잔업과 특근·야근 수당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입니다.

잔업과 특근 그리고 야근을 해야 전체 임금총액이 올라가는 현실

사실 이번 노사갈등의 주된 원인이 된 것도 주야 2교대제 근무시스템으로 인한 야간노동이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현재 일주일씩 주간과 야간으로 번갈아가며 근무하고 있는데, 야간 근무를 할 때는 밤 10시에 출근해서 아침 8시에 퇴근합니다.

그런데 야간작업을 하게 되면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안전사고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실제 지난 2년간 아산공장에서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4명이 돌연사나 자살 등에 의한 사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곤 대다수 언론이 ‘친기업 논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언론이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 진일보하긴 했죠. 하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분야가 있는데 그게 바로 노동관련 보도입니다. ‘친기업·반노동’이라는 논조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거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조 파업은 무조건 ‘불법 파업’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유성기업 노조 파업도 대부분 언론들이 불법 파업으로 보도했는데,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은 불법이 아닙니다. 노조는 사측과 5개월 동안 11차례 교섭하고, 1차례 조정과정을 거쳤구요, 지난 5월 13일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그것도 전면파업이 아니라 부분파업에 돌입했죠.

파업기간 동안 공장시설 파괴도 전혀 없었습니다. TV를 통해 보셨겠지만 경찰 강제진압 때도 대부분 저항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끌려갔죠. 그런데 ‘이런 사실’들은 ‘연봉 7000만원 받는 귀족파업’ ‘생산차질’ ‘불법 파업’이라는 보도에 묻혀버렸습니다.

세상은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노동관련 보도

유성기업 노조 파업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우리 언론에게 남겨진 과제는 적지 않다고 봅니다. 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호도한 데 이어 사실상 공권력을 투입하게 만든 ‘1등 공신’이 언론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거든요. ‘연봉 7000만원’이라는 사측의 주장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적은’ 것도 언론입니다.

노동문제에 대한 관점을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 없이 보도하는 건 언론의 직무유기 아닐까요. 이번 유성기업 노조 파업 보도는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재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위)=2011년 5월25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아래)=2011년 5월27일자 경향신문 8면>

※ 이 글은 2011년 5월28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