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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등록금 자율화로 변질된 사학 자율화, 이젠 바로 잡아야

[숫자로 본 한 주간] ‘등록금 3000만원 시대’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

이번 한 주는 ‘300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1년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이 768만 6000원입니다. 이걸 4년으로 계산하면 대략 ‘3000만원’ 정도 됩니다. 오늘은 ‘등록금 3000만원 시대’ 대학생으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등록금 3000만 원은 평균입니다. 일부 단과대 같은 경우 훨씬 더 많은 등록금을 내기도 하죠. 특히 지역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경우 교재비나 월세까지 합치면 비용이 더 증가합니다.

저소득층에게 '등록금 3000만원'이 갖는 의미는

물론 4년 평균 등록금 3000만 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극히 일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등록금 3000만 원은 큰 부담입니다. 월세에 생활비, 교재비까지 합치면 대학생 1명 당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학 등록금이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계속 인상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은 더 증가하게 됩니다. 등록금 3000만 원을 단순히 등록금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4년제 사립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753만 8000원이었거든요.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소득이 하위 10%인 가구)의 연간 소득이 769만 8000원이었습니다. 이 통계가 의미하는 게 뭘까요. 소득이 하위 10%인 가구는 사립대학에 다니는 자녀 한 명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간 소득을 거의 모두 쏟아 부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가정은 머지않아 연간 소득을 다 모아도 자녀 한 명의 대학 등록금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스스로 책정하게 된 것은 1989년부터입니다. 이른바 87년 6월 항쟁의 영향으로 당시 노태우 정권이 민주화 요구를 일부 수용했습니다. 그때 내놓은 여러 조치 가운데 ‘대학 자율화’도 포함이 됐습니다. 그래서 89년부터 사립대들이 등록금 책정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 전에는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등록금이 결정이 됐습니다. 

등록금 자율화로 변질된 대학자율화

대학자율화는 당시 학생들도 요구를 한 것이지만 문제는 대학 자율화가 등록금 인상 자율화로 ‘변질’이 됐다는 겁니다. 사립대들이 학내 민주화나 교육의 질은 바꾸려고 하지 않는 채 등록금만 해마다 줄줄이 인상을 한 거죠. 사립대학들은 90년 등록금을 11.8% 인상했거든요. 91년부터 96년까지 7년 연속 10% 이상 계속 올렸습니다. I이걸 ‘대학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방치를 했는데 지금 대학생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겁니다.

대학운영을 학생 등록금으로만 운영을 하려는 재단들도 문제입니다. 2009년 기준 사립대학들의 재단적립금이 10조원에 이릅니다. 재단적립금이 4000억 원이 넘는 곳도 이화여대(7389억원), 연세대(5113억원), 홍익대(4857억원) 등 3곳이나 됩니다. 서울 주요 사립대의 경우 최근 2년 사이 적게는 수십 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 억 원까지 재단적립금을 늘린 곳도 있습니다. 정부의 재원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사립대 재단적립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반값 등록금' 도입을 주장하며 학생들이 특단의 대책이 요구하고 있죠. 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지 제가 사례 하나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한겨레가 서울 지역 대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대부분이 용돈이나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급 4000~5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17시간 수업을 받는 학생이, 똑같은 17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돈이 한 달에 35만원입니다.

1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도 모을 수 없는 한해 등록금

1년이면 375만 원 정도 모을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발표한 2011년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이 768만 6000원입니다.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액수죠. 그나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학자금 대출이자도 내야하고 생활비도 부담해야 합니다.

지금 서울 광화문에서 ‘반값 등록금’ 이행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는 학생들의 심정을 정부 당국자들이 헤아려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등록금 3000만원 시대’ 대학생으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정부와 여당 관계자는 물론 대학 당국자들도 곰곰이 생각해 보길 부탁드립니다.

<사진(위)=2011년 6월3일 한겨레 12면>
<사진(아래)=2011년 6월4일 경향신문 10면>

※ 이 글은 2011년 6월4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