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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MB정부 공직자 부패, 정권 초기부터 시작됐다

[숫자로 본 한 주간] 공직기강 해이 사례 ‘60’이 의미하는 것

이번 한 주는 ‘6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점검단이 상반기 중 적발된 공직자들의 비위 사례를 지난 15일 공개했습니다. 대략 60건 정도 됐다고 합니다. 오늘은 공직자 비위 사례 ‘60’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주는 특히 공직사회 비리 사건이 많았던 한 주였습니다. 국토해양부에서 환경부에 이르기까지 각종 비리 관련 기사가 쏟아졌죠. 그런데 이번 사건이 심각한 건, 단순히 근무기강로만 볼 수 없는 공금횡령과 금품수수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 부패 정도 2000년 이후 가장 심각”

더 문제가 심각한 건, 이런 현상이 최근 들어 심해진 게 아니라는 겁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전국(제주도 제외)의 기업인 600명과 자영업자 40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는데, 지난해(MB정부 3년차)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정도가 2000년 이후 가장 심각해졌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중앙부처 국·과장 이상 공직자 및 장·차관의 부패 정도를 묻는 질문에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86.5%나 됐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정부가 이런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거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행동강령 위반건수가 이명박 정부 들어 급증했다고 합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5년 공무원행동강령 위반건수가 937건에서 2006년 678건으로 줄어듭니다. 2007년 679건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첫해인 2008년 764건으로 전년에 비해 12.5% 늘었고, 2년 차인 2009년에는 1089건으로 전년 대비 42.5%나 늘었습니다.

이때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공직기강을 확립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위반 유형을 살펴보면 이미 2년 차인 2009년부터 ‘불온한 조짐’을 보였습니다.

2009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불온한 조짐’ … MB정부는 몰랐을까

알선, 청탁, 이권개입이 2009년 70건으로 전년 대비 311.7%나 증가했습니다. 가장 위반 건수가 많은 금품·향응 수수도 381건으로 전년 대비 34.6%, 예산의 목적 외 사용도 464건으로 전년에 비해 34.1%나 늘었습니다. 이미 정권 초기부터 공직기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었던 셈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죠. 그런데 이미 정권 초기부터 기강해이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면 이때부터 정권 차원에서 공직기강 확립과 사정기능을 강화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봇물 터지듯 나오는 공직자 비리 사건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당장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한번 보세요. 감사원부터 금융감독원, 국세청에 이르기까지 공직사회를 감시하는 기관들이 비리 사건에 연루됐거든요. 사정기관이 이 정도면 다른 공직기관은 더 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찌 보면 공직자 비위 사례 60건은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가 하반기에도 공직사회 집중 점검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는 건데, 저는 솔직히 걱정이 앞섭니다. 내년도 정치일정(총선·대선)을 의식한 고위직의 정치권 줄서기, 눈치 보기 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 건너 간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

고위직의 이런 행태는 공무원들의 직무태만으로 연결될 수 있고 인사 청탁이나 금품수수 행위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거든요. 더군다나 앞으로 MB정부 레임덕 현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밝힌 공직사회 집중 점검 방침이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죠.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가 좌절되면서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이 물 건너갔는데 이것이 유독 아쉬운 한 주였습니다.

<사진(위)=중앙일보 6월16일자 1면>
<사진(중간)=동아일보 6월17일자 3면>
<사진(아래)=조선일보 6월16일자 3면>

※ 이 글은 2011년 6월18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