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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광우병에 대한 조선일보의 독특한 시각

마트매출 절반이 감소했는데 차분하다?

오늘 아침신문을 나누는 기준은 ‘노동절’이다. 올해로 122번째 노동절인 1일 서울광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기념집회와 행사가 열렸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가 122번째 노동절 기념집회 사진을 1면에 실었다.

반면 이들 세 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신문은 노동절 관련 사진이 없다. 사진만 없는 게 아니라 기사도 거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파업 언론인, 여성들이 1일 노동권을 소리 높여 외쳤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주목한 ‘주류 언론’은 3곳뿐이다. 한국의 노동권과 언론 현실이 어떤 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미 쇠고기 마트매출 절반 감소, 별거 아니라는 조선일보

 

노동절 기사 외에 오늘 아침신문을 나누는 또 하나의 기준은 ‘광우병’이다. 미 광우병 발생에도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동아일보가 있는 반면 “미국 광우병 발생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정부는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가 있다. 광우병에 대한 입장과 평가가 신문에 따라 극명하고 나뉘고 있다.

이 중에서 오늘 유독 눈길을 끄는 신문은 조선일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조선일보의 독특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기사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마트도 온라인도 ‘美쇠고기’ 비교적 차분>이라는 제목의 5면 기사에서 ‘홈플러스는 광우병 발견 이전보다 40%, 이마트는 68% 미국산 쇠고기 매출이 줄었지만 2008년과 비교했을 때 항의전화나 불매 위협 없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식의 논조를 펼쳤다.

세상에나 …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하락했는데 ‘차분한 분위기’라니 … 그 독특한 시각이 놀라울 뿐이다. 그러니까 광우병 파동 때문에 매출이 대폭 하락해도 ‘항의전화나 소비자 불매 운동’만 없으면 조선일보는 차분한 분위기로 판단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과연 홈플러스․이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 경영진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을까. 취재 한번 해보기 바란다.  

더 압권인 것은 조선일보가 이 기사에서 등장시킨 시민들의 반응이다. 지난 1일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서울 동대문점과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한 조선일보 이옥진․박소영 기자는 시민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담았다.

“미국 쇠고기를 먹고 한국에서 탈 난 사람이 있느냐. 다 헐뜯기 위해 하는 말이다. 맛있고 품질도 좋다” “미국산 쇠고기를 꾸준히 먹어왔고, 오늘도 먹고, 다음 주에도 먹을 것이다. 그래도 아무 일이 없지 않으냐.” (이상 시민 양모․정모씨 반응)

미 소비자연맹 “이번 광우병은 치명적”

어이가 없다. 그리고 무책임하다.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한 이후 40~68%의 소비자들이 떨어져 나간 ‘객관적 상황’에는 눈을 감고, 매장을 찾은 일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기사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선 <마트도 온라인도 ‘美쇠고기’ 비교적 차분>이란 제목과 함께 기사를 내보낸다. 조선일보의 전형적인 ‘왜곡보도’ 방식이다.

다수의 국내 소비자들은 미 광우병 발생과 관련해 ‘객관적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현재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이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시민들의 반응을 전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매장을 찾은 시민들의 “난 괜찮아~ 많이 먹을 거야 ˜ 먹고 죽기야 하겠어”와 같은 표피적 반응 위주로 기사를 내보내는 조선일보 방식은 무책임하다는 얘기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봐도 조선일보가 원하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당장 오늘 경향신문은 3면에서 “미 소비자연맹(Consumers Union)이 ‘이번 광우병은 기존 광우병(classical BSE)과 달리 비정형 광우병(atypical BSE) 계통으로 종전 사례보다 치명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을 국내 소비자시민모임에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판단과 달리 미국 현지 소비자단체가 이번 광우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조선일보, 촛불시위만 없으면 돼?

1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 대한 검역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검역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산 쇠고기뿐 아니라 한우 소비까지 위축돼 국내 축산 농가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쇠고기 이력제의 철저한 시행과 축산 농가 보호 대책을 신속하게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상황인데 조선일보는 대형마트 매장 관계자 입을 빌어 “2008년 광우병 파동 때와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기사 말미에 자신의 속내를 비교적 분명히 드러낸다.

“2008년 일명 ‘유모차 부대’를 선도하던 한 인터넷 카페의 경우 지난 (4월) 25일부터 올라온 광우병 관련 글은 67건에 머물렀다. ‘촛불을 들고 나가자’는 분위기가 아니라, ‘불안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니까 시민들이 광우병 때문에 불안에 떨되, 촛불시위만 없으면 차분하다는 거다. 조선일보 … 이럴 땐 참 속 편하고 단순하게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