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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그럼에도’ 조중동 탓만 할 수 없는 이유

조선 중앙 동아일보(조중동)가 신이 났다. 통합진보당 ‘내분사태’라는 호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신숙자 씨가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북한이 유엔에 통보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자 조중동의 오늘(9일) 지면은 ‘활기’를 띤다. 통합진보당과 북한을 연상시키는 편집을 통해 통합진보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을 극대화 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은 오늘 ‘북한의 신숙자씨 사망 통보’ 기사를 1면 헤드라인과 종합면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면과 3면 전면을 할애했고, 중앙일보 역시 1면 머리기사와 4․5면 전면을 할애해 이 소식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1면 사이드와 2면 전면을 할애했다.

조중동이 ‘북한의 신숙자 사망 통보’를 집중 부각한 이유

오늘자(9일) 조중동 지면에서 유심히 살펴야 하는 건 편집이다. ‘북한의 신숙자씨 사망 통보’ 기사들이 배치된 사이사이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을 편집함으로써 ‘부정적인 북한 이미지=통합진보당’ 연상 효과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통영의 딸’ 미스터리>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조선일보는 그 하단에 ‘숨어 있던 진보당 당권파 실세 이석기 카메라에 잡혔다’는 사진 기사를 배치했다. 그리곤 2면에서 <유엔 “南 청원서 채택” 압박… 北 김정은, 국제사회 눈치 살핀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3면에서 <신씨가 수용소 전전하는 동안…‘월북 권유’ 윤이상 가족은 남․북 오가며 호강>이라는 기사를 배치한 조선일보는 이 기사 위에 ‘김일성이 윤이상 부부에게 내준 평양 교외의 고급 주택과 경남 통영시 용남면의 윤이상씨의 딸 윤정씨 소유의 주택’이라는 설명의 사진을 잘 보이게 편집했다. 

그런 다음 조선일보 4면을 넘기면 <이석기 “김정은 3대 세습, 북한의 눈으로 봐야”>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확 들어온다. ‘북한의 신숙자씨 사망 통보’ 기사를 전면에 등장시킨 조선일보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조선일보는 5면에서 ‘국민세금 300억 원 받는 진보당 의사결정도 운영도 국민은 몰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하면서 ‘북한=통합진보당 이미지 연상 효과’ 행진을 마감했다.

조중동에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MBC노조 100일 투쟁은 없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같은 편집은 오늘자(9일) 조중동 모두에게서 확인된다. 마치 세 신문사 편집국장이 어딘가에서 만나 공동 편집회의라도 한 듯한 느낌이다.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기사를 꼼꼼하게 다 읽는 독자는 없다.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면 제목만 훑고 넘기는데 조중동의 오늘 지면배치는 ‘이런 독자들’을 겨냥한 듯한 의도가 읽힌다. 종이신문을 읽을 때 기사가 아닌 편집까지 봐야 하는 이유다.

지면배치는 어차피 해당 신문사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여기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통합진보당 사태와 ‘북한의 신숙자씨 사망 통보’만 논란이 되고 있나. 아니다. 당장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한겨레만 봐도 주목해야 할 기사들이 널려 있다. 잠깐 브리핑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MB측근들이 2008년 초 서울시 국장급 공무원들을 불러 ‘파이시티 인허가를 서둘러 달라’고 독촉했으며, 그 결과 애초 이 사업에 부정적이던 오세훈 시장의 태도가 바뀌며 오피스텔 시설을 전격 허용하게 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가 8일 한겨레(1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박영준씨 외에도 다른 실세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겨레 1면)

“농림수산식품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직후 제작, 홈페이지를 통해 방영해온 대국민 홍보용 동영상 자료에 거짓정보를 올렸다가 8일 경향신문 보도가 나가자 뒤늦게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농식품부는 동영상에서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현재 미국산 쇠고기는 뼈를 포함한 30개월 미만의 갈비, 티본 스테이크, 내장 등이 수입되고 있다. 이 동영상은 농식품부가 총 5분54초 분량으로 제작했다. 농식품부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경향신문 2면)

이외에도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 보도 사수’를 내걸고 파업에 돌입한 지 8일로 100일을 맞은 MBC노조 파업사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사다.

하지만 조중동의 지면에 이 같은 뉴스는 없다. 통합진보당 사태와 ‘북한의 신숙자씨 사망 통보’를 전면에 배치한 채 나머지 사안들은 변죽만 울리고 있는 꼴이다.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을 외면하기는 부담스러웠는지 큰 의미 없는 기사와 논평을 종합면과 사설에 배치했다. 전형적인 ‘알리바이용 흔적’ 남기기다.

‘그럼에도’ 조중동 탓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선 조중동 탓만 할 수는 없다. 조중동의 ‘변칙적인 지면편집’이 심각한 문제이긴 하나 그것만을 문제 삼기에는 현재의 통합진보당 사태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기사를 소개하는 선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먼저 한국일보다. 한국일보는 5면 <진보당 파문에… 진보적 이슈가 사라졌다>에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이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와 논란거리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최근 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면서 각종 비리와 부패의 고리가 드러나고 있지만 통합진보당 파문이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의 관리ㆍ감독 소홀 등과 같은 문제가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특히 미국에서 6년 만에 발생한 광우병 사태나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들이 줄줄이 구속된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문제도 통합진보당 파문에 가려져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음을 질타했다.

한겨레 2면에 실린 천호선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 인터뷰도 관심있게 봐야 할 기사다. 천호선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은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의 총당원 투표 제안에 대해 “총당원 투표도 일리 있는 제안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비례대표) 온라인 선거시스템과 당원명부에 대해 심각한 부실 의혹이 제기됐는데, 신뢰할 만한 투표가 이뤄질 수 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당 지도부나 당선자라면 당원의 시각과 국민의 시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면서 “당권 선거라면 상관없지만, 경선 결과를 두고 국민에게 지지를 물어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라면 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의 주체는 대표단이고, 두번째는 비례대표 후보들이다. 그래서 양쪽 다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