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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조선일보 이명진 기자는 ‘사과문’부터 써라

사실무근‘노건평씨 뭉칫돈’논란에 책임부터 져야


■ 피의사실 공표한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에겐 징계를

■ 조선일보 이명진 기자는 사과부터 하고 다른 기사를 쓰도록 

■ 관련 내용 대서특필한 KBS MBC 보도책임자도 사죄해야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에게 뒤집어씌우려던 수백억 원 뭉칫돈 조성혐의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체면을 구긴’ 검찰이 타깃을 바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에게 미국 아파트를 판매한 미국변호사 경연희씨를 최근 소환조사한 것이다. 참으로 질기고 독하다.


오늘(30일)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은 검찰이 이른바‘노정연 수사’를 재개한 것을 1면 헤드라인과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사실’이 발생하면 이를 언론이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검찰’의 독기 … ‘정치언론’의 ‘닥치고 받아쓰기’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에 대한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직후 재개된 검찰의‘노정연 수사’에 대해 최소한의 의문점도 던지지 않은 언론의 보도태도는 쉽게 납득이 안 된다. 경향신문이 1면에서 “최근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 수사와 맞물려 검찰의 수사 재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언급한 게 그나마 전부다. 검찰이 ‘흘리면’ 언론이 닥치고 받아 적는 관행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노건평 씨의 비자금 의혹을 언론에 흘렸던 검찰이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스스로 노씨와 비자금은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에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검찰 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노건평 씨 ‘뭉칫돈의혹’이란 것이 처음부터 허위사실이었으며 창원지검의 ‘쇼’에 불과했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는데도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각각 5월23일과 29일자 사설에서 검찰의 행태를 비판한 외에 다른 신문은 벙어리시늉이다. 


오늘자 ‘노정연 수사’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를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노건평 씨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소설쓰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조선일보 이명진 기자가 검찰의 ‘노정연 수사’ 재개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자신의 ‘대형오보’에 대해서 정정이나 사과문 하나 쓰지 않았던 기자가 다시‘노정연 수사’를 다시 취재하겠다고 덤벼든 꼴이다. 이명진 뿐이 아니다. 오늘(30일) 이명진 기자와 함께 기사를 작성한 윤주헌 기자도 노건평 씨 비자금 수사 보도에서 이명진 기자와 나란히 등장한 적이 있다. 


왜 또 ‘노정연 수사’인가. 배경을 짐작하면 분노가 치밀지만 여기서 ‘노정연 수사’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다만 노건평 씨 관련 수사와 보도에서의 책임에 관한 부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면, 똑같은 일이 아무 일 없는 듯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뉴스브리핑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노건평 씨 비자금 파문과 그‘책임’에 관해 기록하려 한다. 정치검찰의 ‘장난질’과 ‘수구언론’의 무책임한‘받아쓰기’에 대한 최소한의 항변이다. 


①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를 징계하라 


먼저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 그는 지난 18일 공식브리핑에서 “노건평씨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수백억 원의 뭉칫돈이 발견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 차장검사의 이 발언은 5월18일과 19일 거의 대다수 언론에 주요 기사로 보도됐다. 


이준명 차장검사의 이날 브리핑에 대해 노건평씨 측 정재성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라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정재성 변호사는 “그동안 두 차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뭉칫돈에 대해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았는데 (검찰이) 뭉칫돈과 연결시키고 있다”며 “법정에 세우기도 전에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그냥 그런 식으로 얘기해버리면 국민들이 그냥 유죄로 단정하지 않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노건평씨 측 변호인단의 이 같은 항변은 대다수 언론이 무시했다. 결과적으로 정재성 변호사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검찰은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달성했다. 


한겨레가 5월29일자 사설에서도 지적했듯이 “이 차장검사의 행위는 명백한 명예훼손죄에 피의사실 공표죄에도 해당될 수 있다.”하지만 이 차장검사의 이번 브리핑은 단순한(!) 명예훼손이나 피의사실 공표죄 위반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고의적으로 흘리려 한 의도가 짙다는 얘기다. 


이렇게 판단하게 된 근거가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문제의’ 공식브리핑에서 수백억 원의 뭉칫돈이 노건평 씨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기자들에게 발표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뒤인 19일 “하지도 않은 말을 왜 보도하느냐”며 언론책임론을 제기하더니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잖으냐”며 혼선을 부추겼다. 


그러더니 지난 21일엔 ‘노건평 씨와 관련 있다고 말한 적 없다’며 기존 입장을 또 다시 번복했다. 그랬던 검찰이 지난 25일 “뭉칫돈을 노건평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번 사건을 공식적으로 마무리(?) 했다. 


검찰이 왜 이렇게 갈팡질팡한 태도를 보이느냐 하는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노건평 씨의 수백억 원 비자금 계좌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이상 대검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언론에 발표한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를 징계하면 된다. 


현 수사공보준칙에 따르면 추측성 보도 방지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기소 전에 수사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준명 차장검사는 추측성 보도 방지 목적은커녕 언론으로 하여금 추측성 보도를 오히려 부추겼으니 ‘죄질’이 좀 심각하다. 피해자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그 전에 대검 수뇌부가 이준명 차장검사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② 조선일보 이명진 기자는 사과문 게재하라


조선일보 이명진 기자에게‘사과’는 최소한이다.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의 브리핑을 대다수 언론이 받아썼지만 그의 ‘받아쓰기’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는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기사를‘소설’이라는 장르로까지 확산시켰다. ‘소설기사’라 할 만 한데 그 내용이 어찌나 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한지, 이 기자가 직업을 잘못 택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5월19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전수용 기자가 쓴 <노건평 자금관리인 계좌에 300억>이라는 기사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을 비롯해 2면과 3면 거의 전면을 할애해 노건평 씨의 수백억 원 비자금 계좌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소설기사’는 2면과 3면에서 두드러진다. 


이명진 기자가 작성한 <300억 누구 돈이길래… 괴자금 계좌, 盧 퇴임하자 입출금 '스톱'>(2면)이라는 기사를 잠깐 보자. 


“정권 교체로 검은돈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건평씨나 박(영재)씨가 의도적으로 돈 흐름을 중단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이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면밀하게 세탁했을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 검찰은 계좌 소유주인 박(영재)씨도 괴자금의 주인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가 노 전 대통령이나 건평씨를 등에 업고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얘기가 된다 ….” 


이명진 기자의 ‘SF적 상상력’은 3면 기사 <괴자금 사용처 밝혀지면 메가톤급 파문>에서도 여실히 발휘된다. 그의 놀라운 상상력을 다시 한번 감상해보자. 


“현재까지는 문제의 괴자금이 건평씨와 그 주변 인물들이 여기저기서 받아 챙긴 이권개입 대가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건평씨가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혹은 노 전 대통령 가족의 '퇴임 후'를 위해 노 전 대통령 모르게 챙겨 둔 돈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괴자금 중 일부가 노 전 대통령 가족이나 친노(親盧) 인사들의 정치자금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드러난다면 파장은 간단치 않을 수 있다.” 


이런 식의 ‘소설’을 써놓고도 본인이 기자라고 하고 다니는 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독자들에게 자신의 ‘오보’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사과’는 최소한의 요구다. 


③ 관련 내용 대서특필한 KBS MBC 보도책임자도 사죄해야 


KBS MBC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MBC 보도의 문제가 심각하다. 5월18일 MBC < 뉴스데스크>는 당시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밀어내고 노건평 씨의 비자금 계좌 의혹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이건 누가 봐도 상식이하의 편집이다. 같은 날 SBS가 < 8뉴스>에서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그만큼 ‘거리’가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적어도 이 뉴스가 < 뉴스데스크> 헤드라인을 장식하려면 뭉칫돈과 관련한 검찰의 추정이 아닌 ‘사실이 확인된 근거’가 확보돼야 한다. 이건 언론학 교과서까지 갈 것도 없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하지만 근거도 불충분하고, 노건평 씨 측이 사실무근이라며 여론수사를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MBC는 이 뉴스를 톱으로 올렸다. 그것도 파이시티 인허가 개발 비리와 관련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뒤로 미룬 채. 때문에 이날 MBC < 뉴스데스크>는 ‘최시중·박영준 구속기소’보다 ‘노건평 수백억 뭉칫돈’이 화두를 장식했다. 


이런 상식 이하의 편집을 한 MBC가 노건평 씨의 수백억 원 비자금 계좌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이후 어떤 보도태도를 보였을까. 5월25일 < 뉴스데스크>에서 단신으로 전한 게 전부다. 사과나 정정보도 없이 ‘검찰발 단신’으로 보도한 뒤 할 일 다 했다는 식이다. 하긴 자사 뉴스 앵커의 ‘자작뉴스’까지 헤드라인으로 올리는 MBC이니 ….


5월18일 창원지검의 ‘공식브리핑’ 내용을 < 뉴스9> 5번째 꼭지로 보도한 KBS는 노건평 씨의 수백억 원 비자금 계좌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이후 지금까지 이와 관련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검찰의 브리핑 내용은 주요뉴스로 다루더니 그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니까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KBS를 보니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의 노한 목소리가 들려 오는 듯 하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