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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새누리당이 19세기 정당인 이유

■ 황당① 이재오 ‘여성 리더십은 시기상조’ 발언
■ 황당② 전두환․노태우 ‘미화’ 자료실 개관
■ 황당③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종북놀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발끈했다. 지난 18일 ‘여성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이재오 의원 발언에 대해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21세기 유권자를 전근대적 사고방식으로 설득하겠다?

오늘자(20일) 경향신문(8면)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얼굴에 웃음은 띠었지만 말에는 잘 벼린 칼날이 들어 있었다”는 표현으로 반발의 강도를 묘사했고, 동아일보는 사설 <이재오, 여성대통령 시기상조론 수정해야>에서 “이 의원의 자질과 의식 수준을 의심케 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사실 박 전 위원장의 반발 이전에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이재오 의원의 발언은 문제가 많다. 이것이 ‘전략적 포석’임을 감안하더라도, 21세기에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 이런 정도의 의식수준과 전략을 구사한다는 자체가 놀랍다.

그런데 이재오 의원의 ‘황당한 발언’을 능가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군사쿠데타 주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미화하는 자료실이 공립학교에 개관됐기 때문이다.

‘전두환-노태우’를 대놓고 찬양한 공립학교

문제의 학교는 대구공업고등학교다. 전두환 씨가 졸업한 것으로 유명한 학교인데, 노태우 전 대통령도 경북고로 전학하기 전 이 학교를 다녔다. 한겨레가 오늘자(20일) 2면에서 이 학교의 ‘전두환-노태우 자료실’ 소식을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정경이 가관이다.

“330㎡ 남짓한 자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1994년 4월 전 전 대통령이 모교인 대구공고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강연했던 동영상이 벽면에서 상영되면서 육성녹음이 흘러나온다. 옆에는 대구공고 24회 졸업생인 전 전 대통령의 학생 시절 성적표가 전시돼 있다 … 이밖에 장군 군복과 칼(지휘도), 12대 대통령 취임선서 사진, 1980년대 신문스크랩 등 대통령 재임 시절 업적을 미화하는 내용의 전시물에다 북한의 땅굴 사진 등으로 채웠다. 자료실 한켠 10여㎡ 크기의 별도 방은 의자·책상을 두고 좌우로 국기와 대통령 휘장을 걸어놓아 대통령 집무실처럼 꾸며놨다.”

얼마 전, 전두환 씨 부부와 그 밑에서 안기부장을 지낸 장세동, 보안사 대공처장을 지낸 이학봉 등 5공 핵심들이 육사생도들의 사열을 받았다는 황당한 소식이 알려지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군사쿠데타 주범들’을 찬양하고 있다. 21세기에 아직도 ‘군사쿠데타 세력’을 미화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실로 놀라울 뿐이다.

새누리당을 ‘친박 진영’이 장악한 이후 5공 세력들이 한국 정치 전면에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런 분위기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됐을 경우 ‘전두환-노태우 자료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실 쯤으로 옮겨오는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된다.

종북몰이 놀이에 재미붙인 새누리당 이한구 대표

황당 시리즈 세 번째 주인공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다. 6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책 한 권을 들고 나타난 이 원내대표는 이 책을 뒤적이며 종북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 원내대표가 근거로 내세운 책은 우익 인터넷 언론 ‘조갑제닷컴’ 편집실이 쓴 <종북 백과사전>이란 책이다. 이 책은 야권의 지도부와 주요 의원들을 ‘종북’으로 몰고 있는, 말 그대로 황당무계한 책이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나 손학규 전 대표, 문재인 상임고문 까지 종북세력이란 거다. 

‘종북’이라면 미친 듯이 달려드는 수구언론 조중동마저 이 책에 대해서 언급이 없을 정도니 그 황당함이 얼마나 심각한 지가 정확히 드러난다. 그런데 이 어이없는 책을 여당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마치 경전을 인용하듯 언급했다. 그 꼬락서니가 정말 한 편의 코미디 같다. 박근혜 위원장의 ‘21세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나’ 는 말은 이 경우에 더 적합할 것 같다. 

“조(갑제) 씨의 책을 여당 원내대표가 마치 경전이라도 되는 양 여과 없이 받아들여 제1야당을 무례하게 매도하고, 국회 내에서 자신의 편협한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낼 수 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는 민주통합당 논평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그런데 ‘여성에 대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의원도 새누리당 소속이고, 조중동이 무시할 정도로 수준 낮은 책을 들고 ‘종북놀이’에 나선 의원도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새누리당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전두환-노태우의 민주정의당이 나오니 ‘21세기 황당사건’의 주인공들이 모두 새누리당과 연관을 맺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일까. 오늘 아침 황당한 사건 세 가지를 접하며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