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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대학 수를 줄이면 대졸 실업자가 줄어들까요?

[숫자로 본 한주간] 대졸 실업자 ‘346,000 시대’가 의미하는 것

이번 한 주는 ‘346,00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한번 뽑아 봤습니다.

346,000은 지난해 대졸 이상 실업자 수를 말합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지난 2000년부터 작성을 해왔는데 실업자 346,000명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였다고 합니다. 요즘 졸업 시즌이죠. 그래서 오늘은 대졸 실업자 346,000명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2000년에는 대졸 이상 실업자가 23만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10년 만에 11만6000명이나 늘어났습니다. 대졸 이상 실업자는 2008년까지 20만명 선을 유지를 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32만1000명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4만6천명까지 증가를 했습니다. 고졸 실업자의 경우 지난해 42만명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 전인 2008년(43만7000명)에 비해 1만7000명 줄어들었습니다. 대조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학력층의 구직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죠.


대졸 실업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이유

왜 이렇게 됐을까요. 한마디로 일자리를 원하는 대졸 청년층은 점점 늘어나는 데 비해서 일자리는 줄었기 때문입니다. 대졸 이상 청년층은 보통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일자리는 선호하는 편이죠. 그런데 이런 일자리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지난 1995년에 이들 기관의 일자리는 412만7000개였는데 2008년에는 372만4000개로 40만3000개 줄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진학률은 95년 51.4%에서 2008년 83.8%로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대학 졸업생도 33만명에서 56만명으로 23만명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일자리는 계속 줄어듭니다. 이런 현상은  대졸 실업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률도 높아지고 있고, 졸업자들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적이라는 건, 수급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얘기죠.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대졸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하기엔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너무 큽니다. 대기업-중소기업간 노동조건이나 임금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데 이걸 그대로 둔 채 눈만 낮추라고 하는 건 무리죠.

오히려 대졸자들의 ‘눈높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고용증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대기업의 경우 매년 큰 폭의 성장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고용증가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1%였습니다.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문제는 이런 성장이 고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대학 수를 줄이겠다는 정부 - 과연 대졸 실업자 수를 줄일 수 있을까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방향이 조금 우려가 됩니다. 정부는 △대학 간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 △기술인재 육성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대졸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학수를 줄여서 대졸실업자 수를 감소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가 되는데, 지금 대졸 실업자가 양산이 되는 게 대학 수가 많아서인가 - 제가 볼 때 아닌 것 같습니다. 대졸자들은 ‘좋은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는데 ‘좋은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거든요.

대학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의 ‘좋은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사라질까요. 아닙니다. 지난해 대졸 실업자 34만6000명 모두 ‘좋은 일자리’에 대한 열망이 높을 겁니다. 취업 재수·삼수를 해서라도 ‘좋은 일자리’를 가지려고 하지, 대기업과 격차가 심하게 나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을 얻으려고 할까요? 아닐 겁니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욕구는 당연한 것

결국 정부는 좋은 일자리 마련에 매진해야 한다, 이런 얘기입니다. 대기업들이 큰 이익을 거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들도 마련을 해야 합니다. 경기가 활성화 되더라도 기업들은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 위주로 뽑으려고 하지 ‘취업 재수생이나 삼수생’은 뽑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죠. 정부가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대책마련을 하지 않으면 ‘34만6000명’이라는 대졸 실업자수는 점점 증가해서 사회문제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 글은 2011년 2월12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