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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무상급식 논란, 오세훈 시장의 무리한 과욕이 빚어낸 ‘참사’

[숫자로 본 한 주간] 무효 서명 ‘26만7475’건과 풀뿌리 민주주의

이번 한 주는 ‘26만7475’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에 제출한 청구인 서명부 가운데 26만7475명이 무효 처리됐습니다. 총 서명자 81만5817명 중 32.8%가 무효라는 얘기인데, 오늘은 무효 처리된 서명 ‘26만7475’명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거의 3분의 1이 무효처리가 된 셈입니다. 무효처리 된 비율도 문제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합니다.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무효 서명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미 사망해서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도 있었고, 다른 시도 거주자들도 상당수 발견됐습니다. 명의도용 의혹 등을 들어 이의신청을 제기한 서명 건수도 13만 건이 넘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에 대한 전수조사나 정밀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총 서명자 가운데 3분의 1이 무효 … 명의도용 등 문제 심각

서울시는 81만 5817명의 서명 중 67.2%인 54만 8364명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주민투표 청구요건인 41만8005명을 초과했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실시하는데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르면 8월말쯤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투표 강행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가 않아서 실제 실행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이번 서명운동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죠. 서울시는 무효처리 된 서명을 제외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일한 사람의 서명용지가 서로 다른 서체로 발견됐다면 이건 명의를 도용한 범죄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란 얘기죠. 일각에선 조직적으로 불법서명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건 논외로 하더라도 3분의 1이 무효서명으로 밝혀졌다는 건, 이번 서명운동의 정당성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별 문제 없다’는 서울시 입장은 과정에 문제가 많아도 결과만 보라는 식인데 이런 태도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투표 자체가 적법하냐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민투표법 7조2항을 보면, 학교 급식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주민투표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죠. 민주당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는데 결과에 따라서 투표 진행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육감 소관 업무에 서울시장이 나선 것 자체가 업무영역 침범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찬반투표 논란은 한국 사회의 미성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민주당과 시민단체, 서울시민 등이 자신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무단 도용당했다며 복지포퓰리즘추방본부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무상급식 반대 서명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검찰의 영역으로까지 확대가 됐는데요,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복지를 어떻게 확대시킬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양상은 그렇지 못하죠. 그런 점에서 무상급식을 두고 찬반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미성숙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리한 과욕이 예산낭비·행정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데, 오 시장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으로 생각됩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세훈 시장이 너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출연해 이런 얘길 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하자는 대로 단계적인 무상급식을 하면 연간 3천억 원의 예산이 들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의 경우 4천억 원이 든다. 1천억 원 차이인데, 주민투표에 드는 비용은 200억 원이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강행해야 하는지 오세훈 시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 이 글은 2011년 7월16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