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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62로 상승한 ‘MB물가지수’ … 잡힐까?

[숫자로 본 한 주간] ‘고환율-저금리’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이번 한 주는 ‘62’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62는 ‘신MB물가지수’를 말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물가 관계장관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서민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 품목을 10개 정도 선정해 16개 시·도별로 물가 비교표를 만들어 매달 공개하라”고 지시했죠.

그런데 지난 2008년 초에도 물가가 급상승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이 대통령이 주요 생필품 집중관리를 지시했고, 정부는 52개 품목을 선정해 매달 상승률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62’는 정부가 2008년 물가관리를 하겠다는 52개 품목과 올해 10개 품목을 합친 수를 말합니다.

초라한 성적의 ‘MB물가지수’ 품목 늘린다고 잡힐까

올해 10개 품목은 시간을 좀 더 상황을 봐야겠지만, 지난 2008년 발표한 이른바 ‘MB물가지수’ 성적은 저조한 편입니다. 민망하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듯 싶습니다. 대통령의 특별관리 지시가 무색할 정도인데요, 2008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 6월 소비자물가 기준으로 52개 품목 가운데 41가지가 올랐습니다.

이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 오른 품목도 29가지나 됩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상승했는데, ‘MB물가품목’인 돼지고기는 46.3%, 마늘 43.7%, 달걀 29.6%, 쌀 12.9% 올랐습니다. 사실상 ‘MB물가지수’ 품목들이 물가 상승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3년 전에 발표한 ‘MB물가지수’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을까 - 일단 3년 전에 비해 52개에서 10개로 품목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점은 지자체별로 가격을 비교해 공개한다는 거죠. 행전안전부는 “다음주 중으로 대중교통 요금과 외식비, 채소가격 등 10가지 품목을 정하고, 매달 가격을 조사해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3년 전 ‘MB물가지수’를 반복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겁니다. 정부는 지자체끼리 물가안정을 위해 경쟁을 벌이면 물가가 내려가지 않겠냐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채소값, 외식비 등은 중앙정부도 못 잡고 있는데 지자체라고 뾰족한 대안이 있을 리가 없지요. 결국 별다른 대책 없이 정부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 셈인데 ‘우리도 물가를 잡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회의만 계속 하는 정부 …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이미지 효과?

문제는 정부가 회의는 매번 하는데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정부는 올 초부터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매달 대책을 발표를 했죠. 하지만 물가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물가불안은 정부 대책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미시적이고 대증적인 처방에만 힘을 쏟으면서 물가불안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물가대책이 없어서 물가불안이 지속된 게 아니라는 얘기죠. 올해 거의 모든 정부 부처가 물가잡기에 올인하다시피 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원칙 없이 임시방편으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때론 업계를 협박하기도 했고, 때론 회유하기도 하면서 물가를 잡기 위해 나름 노력은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임시적인 처방은 짧은 시간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오래 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금 ‘물가의 고공행진’을 우리가 직접 목격하고 있지 않습니까. 바로 원칙 없이 임시방편으로 내놓는 정부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확실히 경험을 하고 있는 거죠.

결국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정부는 ‘고환율-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물가를 잡겠다면서 이 기조를 유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전문가들 “고환율-저금리 기조‘를 바꿔야 한다”

정부가 장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가계나 공공부문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게 됐고, 결국 이것이 물가불안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기조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거죠. 물론 수출이 둔화되거나 가계부채 문제도 불거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있다면 이런 문제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임시적인 대책으로 물가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의만 한다고 해서 물가가 잡히는 것도 아니죠. 이제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실질적이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시점입니다.

<사진(위)=중앙일보 7월21일자 5면>
<사진(중간)=한겨레 7월21일자 1면>
<사진(아래)=경향신문 7월21일자 사설>

※ 이 글은 2011년 7월23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