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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4대강 사업은 전국적인 ‘난개발’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숫자로 본 한 주간] ‘104년 만의 폭우’ … 자연재해일까?

이번 한 주는 ‘104’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지난 26일과 27일 서울에 104년 만의 최대 폭우(이틀간 강수량 기준)가 쏟아졌습니다. 이번 폭우로 서울의 도시기능과 교통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는데요, 서울시는 집중호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폭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104년 만의 폭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폭우 때문에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했지만 특히 서울에서 발생한 피해는 인재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서울 강남과 광화문 등에 피해가 집중된 것은 서울시가 눈에 보이는 사업에만 치중을 하고, 정작 집중 호우에 대비한 배수처리시설 확충 등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 사업에만 신경 쓴 서울시 … 집중 호우 대비책은 소홀

실제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새빛둥둥섬 등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 왔고, 현재 강남대로·반포로 등 시내 50곳을 대상으로 ‘디자인서울거리’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디자인서울거리 중 상당수가 대리석 등으로 인도를 포장했기 때문에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기 힘들다는 점이죠. 결국 이런 점들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울시가 외형 정책에만 치중하고 중요한 방수대책에는 소홀했다는 얘기입니다. 서울 서초·용산·양천·강서구 같은 경우 지난해 기습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곳입니다. 서울시가 이 4곳을 지난 4월 자연재해 위험지구로 지정하기도 했고, 또 1852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하수관거(여러 하수구에서 하수를 모아 하수 처리장으로 내려 보내는 큰 하수도관) 정비·빗물펌프장 증설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사업이 아직 착공 전이거나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번 폭우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에 큰 수해를 입었으면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했어야 하는 게 상식이죠. 하지만 서울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울시의 수해방지 예산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이 2005년에는 641억 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6억 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대폭 줄어든 거죠.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서울거리 등에 들인 수천억 원의 비용을 방수대책에 집중 투입했다면 수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서울시가 외형적인 디자인에만 치중하면서 실제 도시안전문제에는 형식적으로 대처했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매번 이런 피해가 반복된다는 겁니다. 서울시 도시개발을 총설계하는 곳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입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 2008년 11월 기상이변에 따른 대비책을 서울시에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가장 강조한 대비책이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마구잡이식 난개발이 초래한 재앙 … 4대강은 전국적인 난개발 사업?

특히 고층화하는 도시기반시설물 증가에 대비해 수해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라는 전략까지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올해 서울시의 수해방지대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그러면서 “104년 만의 폭우가 원인”이라는 입장만 강조합니다. 계속해서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마구잡이식 난개발이 이번 사건을 키운 측면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연을 훼손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면산 산사태만 하더라도 무차별적인 난개발 때문에 지층 지지구조가 약화된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우면산 일대를 절개지(도로를 내거나 다른 공사를 하기 위해 산이나 언덕을 깎아 절벽처럼 만든 곳) C등급으로 분류했을 만큼 위험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위험지대’로 분류해 놓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다 서초구는 인공호수 등을 만들어 미관사업에만 치중을 했죠. 결국 서울시의 방치와 서초구의 난개발이 집중호우를 맞으면서 산사태로 이어졌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문제는 난개발은 서울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서울 인근 야산들 가운데 관할 지자체의 주도로 우면산처럼 유사한 개발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곳이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더 많겠지요. 난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4대강 사업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인위적이고 무차별적인 개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번 사태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위)=경향신문 2011년 7월29일자 1면>
<사진(중간)=조선일보 2011년 7월29일자 3면>
<사진(아래)=동아일보 2011년 7월29일자 3면>

※ 이 글은 2011년 7월30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