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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관심사병’은 후진적 병영문화의 산물이다

[숫자로 본 한 주간] ‘20,000명’과 군대의 인권

이번 한 주는 ‘20,000’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지난 4일 김모 상병이 동료 해병대원들에게 총격을 가해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김모 상병은 훈련소 인성검사에서 불안과 정신분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 이른바 ‘관심사병’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관심사병’의 숫자가 전군에 2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관심사병 ‘2만명’과 군의 인권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군 당국은 관심사병의 구체적인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2만명이라는 숫자도 일부 언론이 군 관계자 말을 인용해 추정한 수치입니다. 다만 김관진 국방장관이 지난 7일 국회 국방위 긴급회의에서 군에서 관리하는 관심사병 비율이 대략 “(전체의) 5%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유낙준 해병대사령관도 ‘한 달 600명 입소자 중 50명 정도가 관심사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관심사병은 후진적 병영문화가 만들어낸 우리의 슬픈 자화상

하지만 군의 관심사병 관리 방식에는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전군에 전문상담사가 106명이 있고,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2사단에는 전문상담사가 2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모 상병은 전문상담사와 상담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인성검사 문제점도 거론됩니다. 지나치게 형식적이어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2005년 전방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8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총기를 난사한 김모 일병의 경우 두 차례 인성검사에서 아무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형식적이었다는 얘기죠.

무기는 현대화 됐지만 병영 관리는 여전히 전근대적이라는 얘기죠. 김관진 국방장관이 앞으로 병무청에서 한 번 거르고, 해병대 들어와서 거르고, 훈련 시작하기 전에 또 거르고, 그런 방식으로 사병 인성검사를 3단계로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그런 조치와 함께 우리 군의 ‘병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조치들이 병행되지 않으면 ‘총기 사망사건’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통상 군대에서 ‘총기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군은 물론이고 언론 또한 ‘군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군인들의 돌발행동이 원인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른바 ‘관심사병’이 문제고, 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군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식이죠.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습니다. ‘관심사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군당국의 책임이 큰 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 내부의 구타와 폭력, 가혹행위가 ‘관심사병’ 관리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부터 올해 3월25일까지 해병 제 1ㆍ2사단의 병원진료기록을 보면, 구타로 의심될만한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943명에 달했습니다. 이번 ‘해병대 총기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정모 이병도 팔을 담배로 지지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관심사병’은 선천적이라기보다는 ‘후천적’인 성격이 더 강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왜 ‘관심사병’이 됐는지에 대한 원인파악이 급선무

군이 ‘관심사병’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병도 물론 있겠지요. 하지만 군 내부에서 행해지는 구타와 폭력, 가혹행위가 ‘관심사병’을 계속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군이 자문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병은 인성검사를 강화해서 걸러내면 되죠.

하지만 군대의 폭력과 가혹행위 등으로 ‘관심사병’이 됐다면 해결방법 또한 달라야 됩니다. 왜 ‘관심사병’이 됐는지에 대한 원인파악이 급선무라는 얘기입니다. 인권단체들과 함께 ‘군대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시점입니다.

<사진(위)=한겨레 7월5일자 1면>
<사진(아래)=경향신문 7월8일자 2면>

※ 이 글은 2011년 7월9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