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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부산 민심 잡으려다 피해자만 두번 울린 저축은행 사태

[숫자로 본 한 주간] ‘검찰-국회-정부’의 부실활동이 빚은 참사
 
이번 한 주는 ‘6000만’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피해대책소위원회가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를 위해 6000만원까지 전액 보상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도 차등 보상하기로 해서 논란을 빚었습니다. ‘6000만’은 바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금액 6000만원을 말하는데요, 오늘은 ‘국회 저축은행 특위 활동과 6000만원 논란’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가 마련한 이 같은 방안이 사실상 좌초됐습니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는데요 그만큼 여론의 역풍이 거세다는 얘기입니다.

부신 민심을 잡기 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작품’

사실 이미 특위에서 이런 방안을 내놓을 때부터 특혜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5천만 원을 예금보호 한도로 규정하고 있죠. 그런데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내놓은 방안 - 6천만 원까지 전액 보상하고, 그 이상도 차등 보상해주겠다는 것은 예금자보호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부실이 발생할 때마다 이런 식의 구제방안을 마련한다면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금융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겁니다.

특위에 참여한 의원들이 ‘경제통’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무리수를 둔 이유가 뭘까 - 총선 때문입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피해자가 부산지역에 집중됐습니다. 한나라당과 정부에 대한 여론악화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구제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민주당 역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부산 지역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구제에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여야가 특혜성 대책을 마련하는 데 의기투합한 배경이 됐습니다.

특위는 당초 청문회를 통해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법과 원칙에 근거한 체계적인 피해 보상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이 됐습니다. 그런데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한 달 넘게 공전을 하다가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국회가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를 ‘부실수사’라고 비난하면서 특위를 만들었는데, 정작 자신들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셈입니다. 오히려 편법적인 피해 보상을 졸속으로 추진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받고 뒤로 후퇴하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그럼 앞으로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책이 나올 가능성은 없는 거냐. 냉정히 말해 그렇습니다. 정부가 지난 11일 부실 저축은행 예금주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대신 저축은행을 상대로 최대한 환수조치를 하고, 피해자들이 소송을 할 때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저축은행 피해자들에 대한 생계비를 대출해주고 취업을 알선해주기로 했습니다. 피해자를 위한 구제책은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없이 ‘끝난’ 저축은행 사태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는 방만경영과 각종 비리를 자행한 저축은행 경영진과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 경영진과 금융감독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부실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면 국회라도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청문회 한번 열지 못하고 국정조사 특위가 마무리 됐습니다. 금융관리 감독 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도 내놓지 못했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도 마련하지 못했죠.

결국 검찰의 부실수사, 국회 특위의 부실한 활동, 정부의 무대책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가 된 셈입니다.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선의의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린 셈인데요, 마음 한편이 무겁습니다.

<사진(위)=경향신문 2011년 8월10일자 2면>
<사진(아래)=한겨레 2011년 8월10일자 6면>

※ 이 글은 2011년 8월13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