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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매체기고

종편은 왜 예능PD를 영입하는가

지상파 예능PD의 종합편성채널(종편) 이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장담하기 어렵다. 종편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막연한 추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행될 미디어 판도변화에서 지상파나 종편이나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란 얘기다.

물론 인력 유출을 ‘당하는’ 지상파가 새로운 인력을 ‘영입하는’ 종편에 비해 불안감의 정도는 더 클 수 있다. 역량 있는 스타PD들의 지상파 이탈은 이런 불안감을 몇 배 더 가중시킬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인력 유출은 새로운 채널이 등장할 때마다 매번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종편채널 수에 비해 오히려 이번엔 유동 인력이 적은 편이라고 말한다. 지상파에 드리운 불안감이 실제보다 더 과장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지상파 예능PD의 종편행에서 몇 가지 확인된 사실은 있다. 종편이 예능 분야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종편의 무게중심이 예능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 대목에서 정리하고 넘어갈 게 있다. 종편이 지상파 예능PD 영입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모든 종편에 해당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력과 종편사들의 전략에 따라 예능 비중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현재 지상파 예능PD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앙일보>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jTBC이다. 사실 jTBC의 이 같은 행보는 일찌감치 예상돼 왔다. jTBC 대주주인 중앙미디어그룹은 이미 90년대부터 예능채널 QTV, 스포츠채널 J-골프, 만화채널 카툰네트워크 등 3개 채널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종편을 염두에 두고 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사업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주력해왔다는 얘기다.

중앙미디어그룹은 드라마 분야에 대한 투자에서도 다른 종편에 비해 앞서 있다. 다른 종편사들은 유명 드라마 작가들과 논의를 진행하거나 외주제작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단계지만 jTBC는 이미 제작투자 단계까지 진행한 상태다.

중앙미디어그룹은 드라마 자회사 드라마하우스를 설립했는데, 인기를 모았던 KBS <공부의 신>과 SBS <바람의 화원>이 바로 드라마하우스의 작품이다. 이 뿐인가. KBS에서 방영돼 화제를 모았던 <신데렐라 언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중앙미디어그룹이 1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중앙미디어그룹은 이미 오래전부터 방송진출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지금 jTBC의 예능PD 영입은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보도와 다큐멘터리, 드라마는 나름 노하우도 있고 투자를 통해 자신감도 형성돼 있지만, 예능은 제작역량의 상당부분이 지상파에 집중돼 있다. 더구나 드라마는 투자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낮지만 예능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jTBC가 스타예능PD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jTBC가 지상파 예능PD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지만, 다른 종편사들의 움직임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추가적으로 대규모 지상파 예능PD 영입이 이뤄질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얘기다. jTBC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여유로운 반면 CSTV(조선일보), 채널A(동아일보), MBS(매일경제)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jTBC를 제외한 종편사들이 예능보다는 보도나 드라마에 더 비중을 두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CSTV 오지철 대표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지상파 스타PD를 영입하기 위한 접촉이 전혀 없고 그런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뒷받침한다. CSTV의 경우 종편 사업계획서에서 3(보도):4(오락):3(교양)의 편성 비율을 밝혀 오락 비중이 다른 종편사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지만, 당분간 ‘교양형 예능프로그램’을 지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와 MBS도 CSTV와 비슷한 상황이다. 채널A는 교양과 드라마 외주제작사 77곳과 MOU(양해각서)나 MOA(합의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하지만 jTBC처럼 예능에 막대한 투자를 할 만큼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다. MBS 또한 개국 첫 해 100% 드라마 외주제작 방침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 외주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분간 예능PD 영입은 힘들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자금력을 바탕으로 종편 jTBC와 tvN과 Mnet 등을 보유한 케이블 CJ E&M은 지상파 예능PD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스타PD 영입 효과가 단시간 내에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PD들의 역량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오랜 기간 방송사들의 지원과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종편이 일부 스타PD들에게 ‘고액 이적료’를 지급하면서 영입에 나선 건, 단시간 안에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겠지만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인력 유출’을 당하고 있는 지상파나 스타PD 영입에 공을 들이는 종편 그리고 스타PD 영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종편 모두 성공에 대한 불안감은 비슷하다는 얘기다. 특히 종편은 ‘황금 채널’을 배정받아야 하는 마지막 변수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지상파의 위기는 인력 유출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많다. 일부 종편의 물량공세에 맞대응 할 때 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종편이 출범하면 일부 스타 출연료 및 외주제작사의 ‘몸값’ 상승 움직임을 막기는 어렵다. 이런 흐름에 지상파가 물량공세로 승부한다면? 지상파와 종편 모두 제작비 상승에 따른 재정악화를 피할 수 없다. 동반 몰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때문에 지금 지상파가 해야 할 일은 ‘종편 시대’ 지상파 예능의 경쟁력을 어떻게 차별화시킬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기획력과 방송사 지원, 제작환경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지상파는 별다른 대책 없이 인력 유출 막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상파의 진짜 위기는 바로 이런 어정쩡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콘텐츠 계발에 대한 투자 없이 인력유출 막는 데만 급급하다보면, 정작 종편 출범 이후 물량공세에 끌려갈 가능성이 많다. 자칫 일부 스타 연예인과 외주제작사만 혜택을 보고 지상파와 종편 모두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귀담아들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위)='PD저널' 2011년 4월27일 1면>
<사진(아래)='미디어오늘' 2011년 4월27일 4면>

이 글은 KBS PD협회보(2011년 5월4일 발행)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