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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올 여름 위험지수 ‘4799+4’를 아십니까

[숫자로 본 한 주간] 구제역과 4대강 공사현장, 집중호우에 얼마나 안전할까

이번 한 주는 ‘4799+4’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어제(10일)부터 장마가 시작됐죠. 예상보다 일찍 장마가 찾아오면서 전국의 구제역 매몰지와 4대강 공사 현장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매몰지 관리가 부실한 곳이 많은 데다, 4대강 공사 현장의 안전에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입니다. ‘4799’는 전국의 구제역 매몰지 수를 말하고, ‘4’는 4대강의 4를 말하는데요, 오늘은 ‘4799+4’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 6일과 7일 전국 구제역 매몰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경북 안동시의 한 매몰지에선 지난달 비가 내린 후 지하수에서 악취와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고, 충북 진천군의 한 매몰지는 경사면에 위치한 탓에 폭우가 내리면 쓸려내려 갈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매몰지 관리가 부실한 곳이 전국에 많아서 집중호우가 내리기 시작하면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집중호우와 기온상승이 시작되는 8월에 ‘환경재앙’ 발생하나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죠. 날씨가 더워지면 매몰지에 묻은 가축의 부패가 심해지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전국 매몰지에 묻힌 가축들의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극대화 되는 시점이 6, 7월경이라고 지적합니다.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가 결국 어디로 갈까요? 주변 하천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많죠. 집중호우가 내리기 시작하고 기온이 올라가게 되는 8월이 되면 전국에서 ‘환경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4대강 공사현장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숫자 ‘4’라고 표현을 했지만 사실 4대강 공사현장이 전국에 걸쳐서 많기 때문에 ‘4’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1일 기준)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정률은 70.8% 정도 됩니다. 공사가 끝나지 않은 곳이 아직 30% 정도 되죠.

문제는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곳에선 임시 물막이로 이번 장마를 견뎌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상청은 올해 강수량이 평년보다 20% 이상 많고, 집중호우도 더 잦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특히 4대강 공사 현장은 장마가 오기 전부터 사고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해당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대비책마저 속도전으로 가는 건 아닐까

특히 낙동강 사업 구간 가운데 하나인 경북 구미시 구미광역취수장 부근과 영산강 사업 구간 가운데 하나인 광주시 승촌보 공사 현장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임시 물막이가 무너지거나 수도관이 터지면서 단수 피해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인데요, 이곳 주민들은 이번 장마철에 대규모 홍수라도 나지 않을까 상당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와 지방단체들도 이번 장마를 심각하게 보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구제역 매몰지 관리를 위해 전담 팀을 구성했고, 수공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도 4대강 공사현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초비상 상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준비가 잘 된 매몰지라도 이상기후로 폭우가 쏟아지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매몰지 관리가 부실한 곳이 많거든요. 대비책을 세우기에는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은 대비책마저 속도전으로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겁니다. 4대강도 지나치게 속도전으로 공사를 강행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부실공사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지나 않을지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임시물막이 같은 경우 지난 번 봄비에 맥없이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하루에 수백 mm씩 내리는 집중호우를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됩니다.

구제역과 4대강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 4대강 공사현장에서는 거의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관련 기관들도 서로 협의해서 홍수 대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움직임들을 보면서 더 걱정이 됩니다. 6월 안으로 4대강 공사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더 큰 부실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여름 장마에 대한 임시적 방편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재난안전대책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 이전에 구제역과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MB정부의 근본적인 성찰이 선행될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요.

<사진(위)=동아일보 2011년 6월9일자 4면>
<사진(중간)=동아일보 2011년 6월9일자 5면>
<사진(아래)=경향신문 2011년 6월11일자 11면>

※ 이 글은 2011년 6월11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