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흔적/핫이슈

'돋보이는' 중앙일보 '천박한' 조선일보

연일 아침신문 1면을 장식했던 통합진보당 사태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뉴스가 터져 나왔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 400여 건을 검찰이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이라는 보도다. 특히 사찰 대상에는 정치인과 고위공무원, 야당 국회의원은 물론 친박계와 현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여당 의원들까지 사찰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주류 언론의 보도태도만 보면 아직은 ‘MB정부 사찰문제’로 돌아 올 준비가 덜 돼 있는 것 같다. 한겨레와 한국일보 정도만 이 사안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을 뿐, 나머지 신문들은 이 사안을 아예 다루지 않거나 핵심을 뺀 채 ‘걸치는 시늉’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민간인 사찰파문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왔던 경향신문마저 오늘자(16일) 지면에선 이 사안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돋보이는 <중앙일보>의 ‘민간인 사찰’ 보도

그런 점에서 ‘민간인 사찰파문’과 관련해 오늘 가장 돋보이는 신문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지원관실, VIP 충성 친위조직”>이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촉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퇴출과 이명박 대통령 하명사건 처리 등을 목적으로 만든 비선(秘線)조직”이라고 보도했다.

2008년 8월28일 작성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문건을 단독 입수한 중앙일보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 문건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노무현 정권 인사들의 음성적 저항 등으로 VIP(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차질이 빚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명시돼 있고,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립됐지만 ‘VIP에게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 하도록 언급돼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민간인 사찰파문의 핵심 부서였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설립 목적이 ‘이명박 대통령의 충성 친위조직’이었음을 정확히 보여주는 구체적인 근거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중앙일보는 3면 <비선·특명·일심·절대충성 … 영포라인의 삐뚤어진 충성심>이란 기사에서도 문건의 자세한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한 데 이어 3면 하단에 배치된 <MB 실제로 불법사찰 보고 받았을까>에선 “‘충성문건’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VIP’(대통령)에 대한 보고 여부”라고 지적해 핵심을 짚었다.  

특히 중앙일보는 사설 <‘VIP 보고’ 대통령이 입장 밝혀야 한다>에서 “문제는 이 대통령이 실제로 보고받은 일이 있느냐, 보고를 받았다면 과연 어느 선까지 받았느냐일 것”이라면서 “검찰에서 진상을 조사해야겠지만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의혹을 받게 된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래 전에 몇몇 다른 신문들이 이미 제기한 문제이지만 뒤늦게라도 중앙일보가 주장하니 새삼 새롭다.

통합진보당 사태만 붙들고 늘어지는 <조선일보>

‘조중동’의 하나인 중앙일보가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돋보이는 지면을 선보인 반면 오늘자(16일) 조선일보는 ‘천박의 극치’를 보여줬다. 민간인 사찰 파문은 지면에 등장하지도 않은 채 오로지 통합진보당과 북한문제에만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설까지 통합진보당과 북한 문제로 도배질을 했을 정도다.

조선일보의 오늘 지면전략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 지는 1면과 사설에서 정확히 드러난다. <북 아웅산 테러 그 자리에 … 대한민국 대통령, 29년 만에 참배>라는 제목의 사진기사를 1면 제호 하단에 큼지막하게 배치한 조선일보는 사진 우측에 ‘아웅산 테러 당시’ 사망한 수행원들의 사진을 넣었다.  

당시의 비극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는 차원이라면 조선일보의 편집을 그렇게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1면 사진과 기사를 통해 ‘통합진보당=북한 연상작용’을 최대한 부풀린 다음, 사설에서는 참여정부와 민주통합당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은 사설 <노무현 정권 특별사면이 ‘이석기 국회의원’ 만들어>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이석기 당선자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게 된 것은 노무현 정권이 그의 국가보안법 전과를 특별사면해줬기 때문”이라며 “노무현 정권의 특별사면이 어떤 기준에 따라 이뤄졌는지 다시 한 번 거슬러 올라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내분 사태가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참여정부로까지 최대한 확대시키겠다는 조선일보의 속내가 명확히 드러난 사설이다.

당권파-주사파-북한-참여정부-민주당, 끝간데 모르는 색깔장난

조선은 또 <민주, 주사파에게 국회 교두보 마련해준 책임 무겁다>라는 사설에서도 “이번에 주사파 당선자들이 나온 것은 민주당이 진보당에 지역구를 헌상한 덕”이라면서 “민주당은 주사파 세력이 자신들이 깔아준 양탄자를 밟고 국회에 진출해 신변 보장을 받으며 대한민국 체제 전복 활동을 벌이고, 더구나 국민 세금에서 활동자금 160억 원까지 받아쓰게 된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라고 강변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는 오늘자(16일) 1면과 사설에서 현재 통합진보당 내분 사태의 원인이 참여정부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고보니 조선일보의 1면 사이드에 배치된 기사 제목이 <지하철 불법파업 주도 실형·해고됐던 사람을 지하철 기술본부장에 / 박원순, 석치순 전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내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합진보당은 물론 민주통합당과 참여정부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최대한 생채기를 내겠다는 거다.

그럴수록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태도변화가 절실하다. 통합진보당의 전면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조선일보의 이런 ‘천박함’이 대중들에게 먹힐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