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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새누리-선진당 합당 추진이 헤드라인 뉴스감인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와 동급으로 처리 … 연대와 이합집산 구분도 못해

방송사의 정치보도 특히 대선보도가 ‘한심 수준’으로 전락한 지는 꽤 오래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방송뉴스를 볼 때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인내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뉴스브리핑’을 위해 방송뉴스를 모니터 할 때마다 항상 이런 자세를 견지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24일) 방송3사 뉴스는 ‘이런 자세’를 유지하고서도 인내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대체 ‘저런 뉴스’가 왜 메인뉴스 헤드라인으로 등장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데다 리포트를 구성하는 방식 또한 상식을 벗어났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방송사 보도국 간부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 뉴스브리핑의 콘셉트를  ‘한심한 방송뉴스’로 잡은 이유입니다. 

‘새누리-선진당 합당 추진’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쟁’과 비교될 수 있나

방송사들이 어제(24일) 주목한 뉴스는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 추진 소식입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해당 방송사들이 ‘우린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KBS는 < 뉴스9>에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쟁과 함께 묶어 새누리-선진당 합당 추진 소식을 전했고, SBS < 8뉴스>는 ‘여야 정치권의 난타전이 가열되고 있다’는 소식 말미에 이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MBC는 < 뉴스데스크> 헤드라인이 아닌 3번째 리포트에서 KBS와 마찬가지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공방과 엮어서 보도했습니다.

방송사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들면서 ‘우리는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 추진을 주목한 적이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나름 합리적인 반박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헤드라인 감이 아닌 사안이 ‘다른 사안’과 묶여 헤드라인으로 배치가 된 것도 말이 안 되고, 비교 대상이 아닌 사안을 가지고 한 리포트에서 동등하게 비교를 한 것도 비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황당 뉴스’이자 ‘한심 뉴스’의 전형이라는 얘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새누리-선진당 합당 추진이 헤드라인 뉴스로 배치될 만한 사안인가. 아닙니다. 정당 지지율과 정치적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존재감마저 거의 없는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한다고 한들 그것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얼마나 될까요. 매우 협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아직 합당에 완전 합의한 것도 아니고 이인제 대표가 통합 뜻을 밝힌 단계일 뿐인데 이 소식이 어제(24일) 방송사 메인뉴스 헤드라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이 대표가 새누리당에 들어가게 되면 13번째 당적을 갖게 되는 셈인데, 잦은 당적 변경과 대선을 앞둔 이합집산을 비판해도 모자랄 판에 이걸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쟁’과 묶어서 헤드라인으로 올립니다. 정치면이나 종합면에 간단히 보도하면 충분한 사안이 난데없이 주요뉴스로 등장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여야 공방’과 ‘단일화 논쟁’ ‘이합집산’은 전혀 다른 사안 … 구분하지 않는 KBS SBS

하지만 어제 방송3사 가운데 가장 한심한 건 MBC였습니다. 물론 ‘새누리당-선진당 합당 합의’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신경전 치열’을 묶어서 헤드라인으로 배치한 KBS < 뉴스9> 역시 문제가 많습니다.

지지율과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한 선진당과 새누리당이 합의를 추진한다는 것과 이번 대선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지지율을 가지고 있는 강력한 두 야권후보의 단일화 논쟁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KBS의 이 같은 리포트 구성이나 뉴스 배치가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 추진’을 띄워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SBS < 8뉴스> 역시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SBS는 어제(24일)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난타전 가열 … 합당추진 공식화’ 리포트에서 여야의 ‘NLL-과거사’ 공방,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쟁과 함께 말미에 새누리-선진당 합당 추진 소식을 전했는데 이 사안들이 한데 묶일 수 있는 지도 의문이지만, 이런 리포트 구성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정치혐오’와 ‘정치냉소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마치 정치·대선관련 뉴스는 모조리 한 리포트에 몰아서 넣겠다는 듯한 태도인데, 사안의 중요성이나 뉴스 비중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리포트 구성 방식도 문제지만 정치혐오나 냉소주의 확산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굳건한 새누리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파보도의 위험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야 공방’과 ‘단일화 논쟁’ ‘이합집산’은 전혀 다른 사안이고 서로 다른 비중을 갖고 별도 리포트로 배치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KBS SBS보다 더 문제가 많은 건 MBC입니다. 비록 헤드라인으로 배치하지는 않았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제목과 구성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3%대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MBC가 어제(24일) <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리포트의 제목은 ‘합당 착착 … 정치개혁 이견’입니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 추진 소식과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쟁을 함께 묶어서 처리한 리포트의 제목이 ‘합당 착착 … 정치개혁 이견’이라는 얘기입니다. 말 그대로 새누리당과 선진당은 합당이 착착 진행되고 있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의는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사안이니까요. 하지만 이걸 뉴스로 전하는 방송사라면 최소한의 객관성은 가져야 합니다. 백 번을 양보해 비교될 수 없는 두 사안을 한 데 묶어서 처리한 것도 이해하고, 그걸 주요뉴스로 전한 것까지 이해한다고 합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리포트 제목을 ‘저런 식으로’ 처리하는 건 곤란합니다. 내용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MBC는 제목부터 대놓고(!) 새누리당에 편파적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MBC뉴스 시청률이 3%대로 곤두박질치고, 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지 여실히 증명해 준 리포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 23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MBC < 뉴스데스크> 리포트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는데, 이 정도 되면 정정보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요즘 MBC 하는 행태를 보면 정정보도는커녕 반성하는 모습도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경영진과 보도간부 교체가 가장 현실적인 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