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흔적/핫이슈

방송3사, 정책선거를 말할 자격이 없다

박근혜 후보 ‘TV토론 기피’ 비판도 못하는 KBS MBC SBS

“주권자들의 알 권리를 생각한다면 TV토론회든 언론단체 주최 토론회든 적극 참여해야 한다. 토론을 겁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패널리스트의 질문조차 두려워하면서 장차 껄끄러운 국가들과의 외교, 날을 세운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갈 수 있겠는가. 방송사도 특정 후보가 거부한다고 해서 다른 후보들의 토론 기회까지 빼앗아서는 안된다. 특히 공영방송이 집권여당의 눈치를 보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경향신문 2012년 11월5일자 사설)

“이번 대선처럼 후보들의 티브이토론이 실종되다시피 한 적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후보 선출을 위한 내부 티브이토론만 4차례 있었을 뿐이다. 2002년 대선 때 83차례, 2007년 대선 때는 48차례의 각종 후보 토론회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다.”(한겨레 2012년 11월5일자 사설)

신문에서는 ‘TV토론 실종’ 비판하는데 정작 방송사들은 침묵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KBS가 추진했던 유력 대선 후보 3명의 순차토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쪽의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그런데 이후 신문에서는 이를 쟁점화 시킨 반면 당사자인 KBS는 침묵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상한 현상은 KBS 뿐만 아니라 MBC와 SBS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MBC와 SBS가 추진했던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역시 모두 같은 이유로 취소됐지만 두 방송사는 이와 관련해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있습니다. ‘TV토론 무산’책임과 관련해 관점은 다를망정 신문에서는 TV토론 실종을 비판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방송3사는 항의도 한번 제대로 못하고 있는 꼴입니다.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어제(5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정확히 지적했는데 “후보 자질을 검증하고 국민의 판단을 도울 텔레비전 토론회가 전무하다시피 한 현상은 1997년 15대 대선 때 텔레비전 토론회가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만큼 유권자들 입장에선 각 후보들에 대한 판단기회나 객관적 검증절차를 빼앗기게 되는 셈이죠. 방송3사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방송3사는 관련한 리포트도 전무할뿐더러 TV토론 무산과 관련한 자사의 공식입장도 시청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TV토론 무산’에 대해 방송3사가 이토록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 것도 텔레비전 토론회가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을 보지 않는 분들의 경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 가능성이 있는 데다, 대선후보들에 대한 정보 접근권마저 차단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합니다. 방송3사는 정책선거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내곡동 사저 특검’ 청와대 반발이 핵심인가 … 한심한 방송3사

방송3사 메인뉴스의 한심함은 내곡동 사저 특검과 관련한 리포트에서도 확인됩니다. 어제(5일) KBS MBC SBS는 내곡동 사저 특검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조사하기로 한 것을 메인뉴스에서 다뤘는데 포인트가 ‘청와대의 반발’입니다. 특검이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 일정을 청와대와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청와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내용이 핵심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거친 말’ 직접 대놓고 하기 뭣 합니다만 … 정말 ‘단순 무식한’ 리포트입니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 특검팀의 김윤옥 여사 조사방침은 따져봐야 할 것이 많습니다. 다각도로 분석할 내용이 많다는 거지요.

경향신문이 6일자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대통령 내외에 대한 조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데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정치적 역풍을 부를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왜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직접 조사하려고 하는지, 조사한다면 실질적인 조사가 가능한지, 오는 14일로 1차 수사기간이 종료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수사기간을 연장해줄 가능성은 있는지 등이 핵심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곡동 사저 특검은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이 사건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 내외가 퇴임 후 기거할 사저를 아들에게 편법증여하기 위해 시형씨 명의로 사저부지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구요.

그런데 방송사들은 내곡동 사저매입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의 조사방침을 ‘사전 조율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춥니다. 해설이나 분석 리포트가 나가면서 청와대 반발입장이 반영되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겠는데 이건 정말이지 영 아닌 것 같습니다.

특검팀에 대한 ‘청와대 수사방해’에 대해서는 침묵하던 방송사들이 왜 이토록 ‘청와대 반발’에 대해서는 일제히 리포트로 다루는 지 그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미래권력’ 박근혜와 ‘과거권력’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방송3사에게 부담스런 존재인가 봅니다. 이런 방송사들과 함께 이번 대선을 치러야 하는 현실 -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