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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투표 포기’ 새누리당 전략대로 가는 조중동 지면

D-1, 경찰·국정원·국토부·조중동의 ‘발악적’ 선거개입

“우리의 전략은 이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하겠다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중도층의 상당수가 젊은 유권자라는 점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미 밝혀진 사실. 새누리당 전략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젊은 유권자 투표 포기 전략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사실 새누리당이 이런 치졸한 선거 전략을 세웠더라도 언론이 제 역할을 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새누리당 ‘홍보부대’ 수준으로 전락한 조중동은 새누리당보다 더한 수준의 ‘중도층의 투표포기 전략’을 지면에 배치한다. 마치 정치권에 대한 중도층의 환멸을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듯한 자세다.

새누리당 선거전략 충실히 지면에 반영하는 조중동

오늘(18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경찰의 국정원 여직원 수사 졸속과 주요 정부부처의 관권선거 개입을 1면 주요기사로 다뤘다. 제목만 일별하면 다음과 같다.

<국정원 직원 ID 40개 스마트폰 수사 안했다> (경향신문 1면)
<'D-1' 경찰·국정원·국토부 줄줄이 선거 개입> (한겨레 1면)
<경찰 ‘국정원 여직원’ 수사 졸속 논란> (한국일보 1면)

사실 18대 대통령 선거가 목전인 상황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이 야당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행위다. 정부기관이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그렇고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에 관한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와 시점 모두 논란이다. 경찰·국정원·국토부가 일제히 나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해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관권 선거’ ‘편파 선거’가 조중동의 지면으로 오면 완전히 달라진다. 모든 것이 여야의 공방으로 처리되고, 정치권의 난타전으로 변질된다. ‘모두들 정권 잡기 위해 네거티브와 난타전을 벌이고 있군! 하여튼 정치하는 것들은 …’이라는 말이 나오게끔 곳곳에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만든다. 조중동의 지면은 새누리당의 전략대로 움직이고 있다. 오늘(18일) 1면 제목만 잠깐 봐도 그렇다.

<박 “민주, 인권유린 사과 안하나” 문 “새누리, 대세 기우니까 공작”> (동아일보 1면)
<박 “경찰, 못 믿는다는 민주당, 나꼼수만 믿나” 문 “새누리 불법·편법으로 정권 연장하려 해”> (조선일보 1면)
<NLL·국정원 …네거티브에 빠진 대선> (중앙일보 1면)

조중동이 양측의 주장을 공정히 싣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국토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해서 야당 대선후보를 공격하고,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브리핑을 자처해 역시 야당 후보를 공격했다. 그것도 대선을 이틀 남긴 시점에서. 이게 선거개입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조중동은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냥 여야간 정치공방일 뿐이다.

국정원 직원 댓글 논란과 관련한 경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기초 중의 기초’인 IP주소도 확인하지 않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조중동은 이를 질타하기는커녕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주장만 싣는다. ‘젊은’ 중도층들을 최대한 투표장에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네거티브 지면전략이다.

당연히(!) 조중동 지면엔 이번 수사결과 발표를 주도한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영남대와 국정원 출신이라는 점은 언급되지 않는다. <한겨레>가 지적했듯이 경찰 내부에서도 ‘박근혜 줄서기’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불리한 이 같은 내용은 조중동 지면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모든 건 ‘물타기’요 ‘여야간 공방’일 뿐이다. 대선 ‘D-1’ 시점에서 조중동에게 중요한 건 ‘젊은’ 중도층들에게 ‘정치 환멸’을 느끼게 하는 거니까.

그래도 투표는 해야 … 여러분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사실 조중동의 이 같은 지면배치는 유권자의 수준을 상당히 낮게 보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권의 네거티브와 막말, 난타전을 열심히 중계보도하면 유권자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유권자는 그런 정치인의 말과 그것을 충실히 전하는 편파언론에 현혹될 정도로 수준이 낮지 않다. <한겨레>가 오늘자(18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우리 전략은 중간층이 투표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 것이나,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민주당을 ‘공산당’ 등으로 비하한 것은 철 지난 색깔론과 막말로 선거판을 흐리는 수준 이하의 발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정책·비전 대결을 방해하는 혼탁 행위는 정치권만 하는 게 아니다. 조중동과 같은 수구언론을 비롯해 KBS MBC SBS 종편 등과 같은 방송사들도 새누리당 못지않은 ‘네거티브 전략’을 지면과 화면에 반영한다. ‘중간층이 투표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새누리당만의 전략이 아니다. 조중동·방송3사·종편 또한 새누리당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 모든 ‘구시대적 행태’를 종결시킬 수 있는 건 결국 유권자의 투표 밖에 없다. <경향신문>이 오늘자(18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정치의) 가능성을 키우고, 한계를 줄여나가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가능성은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의 심판이다. 투표는 새 정치의 시작이고,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