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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5․16을 ‘군사쿠데타’라 하지 않는 조중동

■ 조선․중앙, 박근혜 표현 그대로 그냥 5․16으로 언급
■ 동아․세계일보는 ‘군사쿠데타’ 대신 ‘군사정변’
■ 경향 한겨레 등은 ‘5․16 군사쿠데타’

오늘 조간신문을 나누는 핵심 키워드는 ‘5․16 군사쿠데타’입니다.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군사쿠데타로 ‘정리된’ 그래서 이젠 상식이 돼버린 ‘5․16 군사쿠데타’라는 단어가 신문마다 각기 다른 단어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들이 이처럼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신문들의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자(17일)만 봐도 쿠데타로 규정하는 신문이 있는가 하면, 군사정변이라고 언급한 신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5․16이라고 지칭하는 신문도 있습니다. 5․16 군사쿠데타를 각 신문들이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면 해당신문의 역사관을 알 수 있습니다.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표현방식, 해당신문의 역사관을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입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16일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5·16 군사쿠데타를 두고 “돌아가신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그 뒤에 나라의 발전, 오늘날의 한국이 있다는 점을 돌아볼 때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바른 판단을 내리셨다고 생각한다”고 쿠데타를 적극 옹호했으며, 유신 독재체제에 대해서도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지금도 찬반 논란이 있으므로 국민이 판단해 주실 거고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상식을 벗어난’ 박 전 위원장의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인식이 좀 어이없긴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해도 박 전 위원장에게 ‘그’는 여전히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박 전 위원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아버지의 딸’이라는 점을 거론했는데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가기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면 그것은 박 전 위원장이 가진 한계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박 전 위원장의 심정을 ‘인간적으로’ 이해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간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대권주자의 역사인식으로는 ‘위험’하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이 유력 대선주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한계’가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오늘자(17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그것은 “빈곤한 민주주의·역사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인을 넘어 국가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박(근혜) 의원”이 “마땅히 아버지의 과오를 극복해야 하고, 그것이 역사의 발전”(경향신문 사설 인용)임에도 박 전 위원장은 ‘5·16 군사쿠데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역사적 평가마저 부인하고 있습니다.

‘자연인’ 박근혜를 인간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그’의 역사인식이 대선주자로서는 심각한 결격사유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박 전 위원장의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평가를 두고 “역사에 대한 도전이고, 도발일 뿐”이라는 경향신문 비판에 공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박근혜 전 위원장보다 더 문제가 심각하고 ‘위험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 바로 조중동이라고 봅니다. 저는 서두에서 오늘자(17일) 신문들이 5․16 군사쿠데타를 두고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습니다. 하나는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신문들의 평가가 다를 수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위원장의 ‘퇴행적 역사인식’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박근혜의 ‘퇴행적 역사인식’ 중계보도 하는 조선일보

사실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평가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연동돼 있습니다. ‘이것 따로, 저것 따로’ 이렇게 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로 한 묶음으로 연결돼 있다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오늘자(17일) 주요 신문들의 보도는 상당히 우려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대선 주자 박근혜의 퇴행적 역사인식에 대한 ‘상식적 수준의 비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자(17일) 신문을 기준으로 가장 퇴행적인 역사인식을 보여준 조선일보는 지면에서 ‘군사쿠데타’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박근혜 전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5․16’이라는 단어만 기사에서 언급을 했을 뿐, 이를 비판하는 사설이나 칼럼 하나 없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저는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역사인식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오늘자(17일) 신문들이 ‘5․16 군사쿠데타’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기사와 사설 통해 비판한 경향․한겨레
<‘쿠데타 5·16’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니> (경향신문 사설 제목)
<박근혜 “5·16,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쿠데타 정당화> (한겨레 1면 기사)

기사에서 ‘군사쿠데타’로 표현한 국민․한국일보
<“5·16,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박근혜 역사관 ‘역풍’> (한국일보 1면 기사)
: 기사에서 ‘5․16 쿠데타’라고 언급
<박근혜 “5․16, 아버지로선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한 것”> (국민일보 1면)
: 기사에서 ‘5․16 군사쿠데타’로 표현

쿠데타 언급 없는 조중동과 서울신문․세계일보
<“5․16은 불가피한 선택 바른 판단이었다 생각”> (조선일보 2면)
: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5․16’이라고만 언급
<박근혜 “5․16,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중앙일보 4면)
: 기사에서 ‘5․16’이라고 언급 / 사설에서 ‘박정희 평가, 공과를 함께 보자’고 역설
<박근혜 “분양가 상한제 폐지하고 법인세는 내려야”> (동아일보 5면)
: 기사에서 군사쿠데타 대신 ‘5․16 군사정변’으로 언급
: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5·16과 유신에 대한 평가 등 다른 민감한 내용의 질문도 많았지만 박 의원은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답변했다”고 평가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 국민․역사 판단 맡겨야”> (서울신문 5면)
 기사에서 ‘5․16’이라고만 언급
<“측근비리 차단 특별감찰관제 도입”> (세계일보 1면)
: 기사에서 ‘군사쿠데타’ 대신 ‘군사정변’으로 언급